속도 안나는 로비의혹 수사… G20 이후 급가속?

입력 2010-11-01 21:25

검찰의 사정 칼바람이 전방위로 휘몰아치면서 재계는 물론 정치권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일부 부도덕한 기업 오너들의 배임 횡령 탈세 등 비리를 수사하고 있을 뿐 대대적인 사정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서울북부지검이 수사 중인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 사건을 제외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는 대부분 기업 비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 수사를 기업 비리에 한정해 진행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미 검찰에는 정·관계 로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첩보들이 여러 경로로 입수돼 있는 상태다. 통상 비자금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가 정·관계 로비 수사로 이어져 왔다는 점도 수사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C&그룹 수사의 경우 현재까지는 임병석 회장의 횡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1년4개월 만에 칼을 뽑은 대검 중수부가 와해된 기업의 오너를 단죄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은 설득력이 약하다. 사세 확장 및 와해 과정에서 정·관계 및 금융권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했다는 의혹이 무성한 만큼 이 부분 의혹을 규명하는 데 검찰의 수사력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겨냥한 서울중앙지검 수사의 핵심도 로비 의혹이다. 천 회장은 임천공업 세무조사 무마와 금융권 대출 편의 등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 재개발 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 역시 수사 초기인데도 벌써 여야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서울서부지검은 태광그룹이 케이블 방송 사업 확장을 위해 정·관계에 방송법 개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검찰이 각종 로비 의혹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을 모두 규명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로비가 이뤄졌다 해도 워낙 은밀히 이뤄지기 때문에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하기 어렵고, 당사자들이 훗날을 위해서라도 입을 열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비자금이 조성된 점을 확인했다 해도 비자금의 용처 확인 후에 이 돈의 대가성 여부까지 파악해야 하는 점도 검찰로서는 쉽지 않다. 특히 과거에는 법정에서 피의자의 자백 또는 진술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갈수록 물증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이 횡령 등 개인 비리 확인에 우선 주력하는 모양새를 띠는 것은 그만큼 로비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길게는 2개월 전부터 시작된 여러 수사 가운데 로비 대상 정·관계 인사가 사법처리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다. 반면 이를 두고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속도조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G20 회의가 끝나면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주변 인물의 계좌추적과 통화 내역 등 객관적 자료 분석으로 입증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노석조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