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정책, 선진국 눈치 보지 말라”

입력 2010-11-01 21:07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한국이 할 일은?’

국내 금융 관련 연구기관과 학회가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의 충고는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선진국들의 눈치를 보는 행태에서 벗어나 환율전쟁 등으로 야기될 충격파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외환시장이야, 바보야’=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은 1일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소회의실에서 주최한 ‘G20회의 이후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G20 이후 거시경제 및 금융정책 측면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차별화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적 대응이 긴요해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김 원장은 인도 중국 브라질 칠레 태국 등 신흥국들조차도 개별국 간 정책적 차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새로운 금융 현안에 대한 국제적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따라서 정부도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해 나름대로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자금 동향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외화차입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는 등 간접적이면서도 탄력적인 정책수단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선물환 규제, 외환유동성 규제 등을 포함한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도 G20회의에서 합의가 전망되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에 대한 규제 등 글로벌 금융개혁보다는 우리 외환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SIFI의 국내 적용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시스템 위험 유발 요인이 경제·금융구조에 따라 상이함을 적극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비기축통화 국가들은 SIFI 못지않게 외환시장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위험 요인이므로, 향후 글로벌 금융안정 논의에서 적극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 추가 양적완화, 한국에 충격=같은 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국국제금융학회 주최 세미나에서도 외환시장 문제가 거론됐다.

학회 부회장인 고려대 오정근 교수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미국이 1조 달러의 추가 양적 완화를 올 4분기부터 내년 3분기까지 시행하면 한국 내 자본 유입은 약 164억 달러가 늘고 원·달러 환율은 35원 추가 하락해 경상수지가 약 21억 달러 추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오 교수는 “금리 인상과 환율 하락의 정책 조합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는 대내외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금리를 세 차례 동결한 한국은행을 겨냥했다.

이동훈 백민정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