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도마오른 정치후원금… ‘소액’ 익명기부 합법 악용 뭉칫돈 쪼개기 버젓

입력 2010-11-01 21:26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 후원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각종 게이트나 로비 의혹이 일 때마다 이 문제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후원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속칭 ‘쪼개기’ 후원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소액 후원을 장려하는 대신 단체나 법인의 후원금 기부를 못 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이런 맹점을 파고들어 기업이나 단체에선 직원과 가족들을 동원해 소액 후원금을 보내주는 쪼개기 관행이 공공연히 퍼져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 관련 기관이나 기업에서 미리 귀띔하지 않는 한 의원들이 먼저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실 관계자는 1일 “고액 기부금은 상임위 유관 단체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문제가 될 것 같다면 반환하지만 10만원 소액 기부금까지 일일이 챙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자법은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자는 공개토록 하고 있지만 소액 기부 활성화 차원에서 10만원 이하 금액을 1년 동안 120만원 미만 기부하는 후원자는 익명 기부도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의원실에서 소속 단체나 신상정보를 확인해 선관위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소액 기부금은 특히 대부분 후원회 통장으로 입금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이 신상 파악이 어렵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직업을 안 밝히고, 연말에 소득공제용 영수증 발급도 신청하지 않으면 누구인지 알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청목회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의원실에서는 “그쪽 돈인지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의원들은 또 후원금 때문에 청탁이나 입법 로비에 응했다는 시선에 대해서도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한 의원은 “까다로운 입법 절차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의원이 10만원 후원금을 받았다고 그 법의 통과를 위해 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여의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후원금을 낸 쪽이 ‘로비’ 성사를 위해 결국 후원금 제공 사실을 의원에게 알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의원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받는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국정감사나 예산심사 철이면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낸 일부 의원들이 ‘무용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의원들 개개인이 투명하고 꼼꼼하게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후원회 회계책임자가 50달러 이상 기부자에 대해서도 이름, 주소는 물론 기부 금액과 날짜 등을 철저히 조사해 연방 선거위원회와 주 정부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김형준 교수는 “의원들이 소액 후원금에 대해 쉽게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특정 이익집단을 위한 법 개정에 동참해버린 꼴이 될 수 있다”며 “의원들이 소액 후원금에 대해서도 꼼꼼히 체크해 문제가 있다면 돌려보내는 투명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정 집단과 관련된 입법 과정에는 시민사회의 일상적인 견제와 감시가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