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분리·시설 투자… 정유업계 ‘변화’ 몸부림

입력 2010-11-01 21:00


국내 정유업계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정유정제 마진율이 점점 떨어지고, 화석연료를 대신할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마다 활로 찾기가 한창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내부 지원 조직을 축소하고 영업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경영기획팀도 신설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권오갑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공격경영’ 채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1일 “새로 생기는 경영기획팀을 통해 사업별 전략 수립과 신규 투자,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1위 SK에너지는 내년 1월부터 사명을 ‘SK이노베이션’으로 바꾸기로 하고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평소 “장수 기업이 되려면 자기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던 구자영 사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SK에너지는 내년부터 주력사업 부문인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을 자회사로 분사시킨다.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해 각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연구·개발(R&D)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양사가 보유한 철강 및 화학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고부가 화학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에 대해 협력키로 했다.

고도화 설비 등 설비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성 증대 방안도 정유업계의 중요한 투자 분야로 꼽힌다. 고도화 설비는 1차 정제 과정에서 나온 벙커C유 등 값싼 중질유를 휘발유와 경유 등 비싼 경질유로 바꾸는 장치다. 부가가치가 높아 ‘지상의 유전’으로도 불리는데 GS칼텍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 완공된 여수공장의 3차 고도화 시설이 올해 말부터 가동될 경우 GS칼텍스의 고도화 비율(28.7%)은 기존 1위인 에쓰오일(25%)을 추월하면서 고도화 부문 업계 1위를 예고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1조4000억원을 투입한 울산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 6월 완공되면 연산 90만t의 파라자일렌과 28만t의 벤젠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되는데 생산 능력이 현재의 배에 달할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서 고도화 시설 등 정유사들의 투자 확대는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박재찬 김도훈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