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 ‘체벌 금지’ 첫날 학교에서는… 수업 중 자거나 떠들어도 제재할 수 없었다
입력 2010-11-01 18:18
서울 시내 학교에서 체벌 전면 금지가 시행된 1일 교육 현장에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학생 인권을 되찾게 됐다는 기대가 엇갈렸다.
1일 오후 장위동 A중학교 3학년 교실. 교사가 교과서를 갖고 오지 않은 학생에게 “교과서를 왜 가져오지 않았느냐”며 수차례 물었지만 학생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다른 교실에서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친구와 떠드는 학생이 많았지만 교사들은 그냥 수업을 진행했다. 이 학교 임모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강제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체 수단이라고 하는 상벌제도나 성찰교실에서의 상담 등이 제제 수단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뒤에는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학교에는 최근 체벌 금지 규정을 들며 교사에게 대드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학생이 교사를 112에 신고해 인근 지구대에서 경찰관이 나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무력감을 느낀다” “내년부터는 담임을 맡지 않겠다”는 하소연이 부쩍 늘었다.
체벌 금지가 뿌리내리고 있는 학교도 있다. 중화동 중랑중학교에서는 체벌 대신 벌점제도가 자리 잡았다. 1학년 김원욱(13)군은 “체벌을 금지하면서 상벌점제도가 시작돼 15점이 넘으면 학부모가 호출된다”며 “애들이 선생님 말을 더 잘 듣는다”고 말했다. 교실에서는 수업 중 장난을 치던 학생들이 교사 지시로 교실 뒤에 서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체벌을 금지하면서 제시한 방안이 활용되는 것이다. 이 학교 생활지도부장 이두희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 정문에서 학생을 때리거나 오리걸음을 시키는 등 전근대적 방식을 쓰지 말자고 했다”며 “2년 전 체벌규정에 따라 만든 지시봉이 있는데 지금은 수업용으로만 쓸 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다. A중 1학년 박모(13)군은 “체벌 금지 규정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을 몇몇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설명했다”며 “이전에는 심하게 맞는 경우도 있었는데 오늘은 한 선생님도 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의도 B고교의 이모(18)양은 “체벌 금지로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노는 애들이 더 날뛰게 될 거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빼앗긴 교편, 교육자는 통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체벌 전면금지에 따른 학교 현장 실태를 모니터링해 결과를 알리겠다”며 “체벌에 대한 국가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임성수 강창욱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