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탄생] 호세프 당선자는… 게릴라 출신 브라질판 ‘철의 여인’
입력 2010-11-01 17:59
좌파 ‘철의 여인’이 브라질에 등장했다.
세계 5위의 인구(2억명)와 국토 면적(851만㎢), 세계 8위의 경제력(국내총생산 1조6000억 달러)을 지닌 거대국의 최고지도자가 된 지우마 호세프(62) 대통령 당선자는 마르크스주의 게릴라 출신의 다혈질 여성이다. 브라질 정치전문가들은 호세프 당선자가 영국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전 수상에 버금가는 남미의 유력 여성 지도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불가리아 이민자 후손인 호세프는 만 20세인 1967년 사회당 극좌파 ‘노동자 정파(POLOP)’에 참여했다. POLOP가 무장조직으로 변신하면서 그녀도 게릴라가 됐다. 그러나 게릴라 활동은 기껏 은행을 털거나 차량을 폭파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호세프의 이런 경력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은 “테러리스트”라고 그녀를 비난했다. 호세프는 “끝까지 변절하지 않은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며 정면 대응했다. 당시 군부 정권에 체포돼 22일간 고문을 받으면서도 견뎌낸 점과 민주화를 위해 3년의 옥고를 치른 점을 부각시켰다. 덕분에 호세프는 ‘룰라의 그림자’라는 혹평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80년대 민주화 이후 좌파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지방의회 등에서 경력을 쌓고, 2000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와 만나 노동자당(PT)에 참여했다. 2003년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자원부 장관으로 입각,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왔다. 2005년 PT가 야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사실이 폭로되면서 룰라 대통령은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내각의 유력 정치인들이 잇따라 실각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국무총리 격인 정무장관을 떠맡은 사람이 호세프였다. 그는 야당의 대통령 탄핵 주장을 일축하고 이듬해 룰라의 재선에 앞장섰다. 룰라가 지지도를 회복하면서 호세프는 일약 차기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2007년 룰라 대통령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호세프를 “경제 성장의 어머니”라고 치켜세웠다. 차기 대선을 위한 배려였다. 지난해엔 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았으나 몇 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다시 한 번 ‘불굴의 여인’으로 부각됐다.
게릴라 투쟁 당시 동료와 처음 결혼한 호세프는 도피생활 중 만난 변호사 출신 남성과 두 번째 결혼을 했으나 10년 전 이혼했다. 지금은 외동딸과 함께 지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