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탄생] ‘룰라 左정책’ 계승… 개도국 대변자로 입지 확대

입력 2010-11-01 17:59


‘계승과 개혁.’

31일 차기 브라질호에 승선한 첫 여성 선장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8년간 브라질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치 스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현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해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룰라 정부가 남긴 각종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최대 관건은 룰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룰라 정부 정책 연속성 유지=내년 1월 1일 출범하는 호세프 정부는 큰 기조에선 룰라 정부의 정책들을 계승·유지·발전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정부에 룰라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대거 진출할 것이란 예상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선 룰라 정부의 지속성장 정책 기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시장친화 정책을 대부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룰라 정부가 추진해온 외국자본 유입 제한과 브라질의 세계 신용도 향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중앙은행의 운영자치권 유지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다만 호세프 당선자가 룰라 대통령보다 좌파 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광산 분야 등에 대한 간섭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 분야에선 룰라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이른바 ‘남남(南南) 외교’를 앞세워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개발도상국의 대변자로 브라질의 입지를 확대하는 데도 힘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정상외교 데뷔 무대가 된다. 하지만 이란과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정상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과의 마찰 가능성이 상존한다.

개혁 과제도 산적해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2014년까지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헤알화 가치, 빈곤 및 마약 퇴치도 지속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개혁 과제다.

호세프 당선자가 넘어야 할 최대 난제는 ‘룰라’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룰라 대통령의 3선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호세프가 ‘룰라’로 대변되는 브라질 남성 우월주의 문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중남미, 좌파 대세 지속=좌파 계열인 호세프 후보의 당선은 남미에서 한동안 계속되던 ‘좌파 쇠퇴, 우파 부활’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올해 1월 칠레와 5월 콜롬비아 대선에서 우파 성향 후보가 연승하면서 ‘우파 부상론’이 남미를 휩쓸었지만 이번 브라질 대선 결과가 이를 잠재운 것이다. 현재 남미에선 콜롬비아와 페루, 칠레를 제외하고 12개국 중 9개국에 중도를 포함한 좌파 정권이 들어서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을 통해 브라질을 넘어 남미의 정치 거목으로 부상한 룰라 대통령의 차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현재로선 차기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국제사회로 활동무대를 옮겨갈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유엔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수장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선 룰라 대통령이 높은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201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