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發 미국행 화물기 폭탄 소포 수사 상황
입력 2010-11-02 01:07
예멘발(發) 미국 시카고행 폭탄 소포들이 운송 도중 민간 여객기에도 선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차별 항공기 테러 기도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폭탄 소포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2 로커비 사건 될 뻔=이번에 적발된 폭탄 소포들은 프린터 카트리지 형태에 휴대전화가 부착돼 기내에서도 폭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언제든 휴대전화에 전화가 걸려오면 기폭장치가 작동해 폭발할 수 있는 형태다.
카타르 항공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발견된 폭탄 소포가 예멘 수도 사나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에어버스 A320 여객기로 운반됐으며, 두바이까지는 다른 여객기로 운송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폭탄 소포가 여객기를 포함해 운송 과정에 있는 불특정 항공기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사당국도 예멘발 화물기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테러리스트들은 관련 화물이 수송 중 여객기로 일부 운송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공중 폭발된 팬암기 테러와 같은 대형 항공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당시 270명이 목숨을 잃었다.
뉴스사이트 예멘온라인은 이번 테러 시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투항한 알카에다 핵심요원 가베르 알파이피가 알려줘 막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추가 테러 가능성=존 브레넌 미 백악관 대테러 담당 보좌관은 31일 ABC방송 등 주요 방송과의 대담프로에서 “폭탄이 종착지인 시카고 소재 유대교 회당뿐 아니라 기내에서 터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소포 형태의 폭발물 테러가 또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수사당국은 알카에다 폭탄 전문가 이브라힘 하산 알 아시리(사진)를 이번 폭발물 소포 제조 용의자로 꼽고 있다.
예멘 수사당국은 소포를 발송한 것으로 추정되는 하난 알 사마위의 이름을 도용한 여성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수사 당국에 전날 용의자로 체포됐던 사나대학 여자 의대생(22) 하난 알 사마위는 석방됐다. 미 정보 당국은 현재까지 용의선상에 오른 미국인은 없다고 말했다고 미 정부관리를 인용해 CNN이 보도했다.
예멘 정부는 1일 모든 화물에 대해 폭발물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프랑스 영국 미국은 당분간 예멘에서 보낸 화물을 받지 않기로 했고, 독일은 예멘발 여객기의 운항도 중단시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