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勞使 손잡다… 1895일 만에 분쟁 타결

입력 2010-11-01 18:13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5년여를 끌어 대표적 장기 분쟁 사례로 꼽혔던 기륭전자 사태가 해결됐다. 기륭전자 노사는 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끝까지 농성에 참여한 조합원 1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안에 서명했다.

회사 측은 복직 유예기간 1년6개월 후에 노조원 10명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기로 약속했다. 노사 양측은 회사의 재정상태 등을 고려해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추가로 둘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채용을 유예할 경우에도 복직예정 조합원에게 임금이 지급된다.

파견직이 대부분인 기륭전자 노조는 2005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주장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물량감소를 이유로 사측이 계약직 3명을 해고한 것이 파업의 빌미가 됐다.

위성라디오와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기륭전자는 2004년 매출 1711억원에 220억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 6년여간 이 회사 경영진은 세 차례 바뀌었고, 한때 매출이 감소하면서 적자기업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2007년 10월에는 공장의 생산라인을 중국 상하이로 옮겼다.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 노사관계 속에서 20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 대부분은 이탈했다. 하지만 조합원 10여명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1895일 동안 노숙생활에 가까운 파업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해고와 진정이 잇따랐고, 농성과정에서 회사의 지원을 받는 용역과 노조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등이 숱한 충돌을 빚었다. 진보진영은 기업이 노조활동을 빌미로 노조탄압에 나선 결과라고 주장한 반면 보수진영은 노조원의 파업으로 기업이 망가졌고, 노조원이 합의가 다 된 사안에 대해 무리한 돈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비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