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기온 탓하다 닥친 물가쇼크
입력 2010-11-01 17:46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1% 상승했다. 4%대 상승률은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채소와 생선 등 신선식품 지수는 무려 50% 가까이 올랐다.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이다. 이상기온 등에 따른 작황 부진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배추 파동’의 한고비를 넘기는 듯했으나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원인은 농축수산물 공급 부족이다. 채소·과실 등 농축수산물이 22.7%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김치 재료인 무와 배추 값은 4배 가까이, 파와 마늘 값은 2배 이상 폭등했다. 최근 한국물가정보가 조사한 4인 가족 김장 비용은 총 25만2700원으로 지난해보다 78%가량 올랐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채소 값이 지난달 중순 이후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예년보다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가 뛰는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물가관리 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8월 2%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가 9월에 3.6%나 올라 적신호가 켜진 상태인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신선식품 지수도 상반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경고음을 계속 울렸다. 그럼에도 폭염과 태풍 등 이상기온 탓만 하며 안이한 대응을 하다 10월 ‘물가쇼크’를 맞은 셈이다.
정부가 농수산물 수입 확대 등 물가안정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한 달 전 내놓은 방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기와 물량 등이 조절됐을 뿐이다. 뒷북 행정이다. 배추의 생육관리 등을 비롯해 수요와 공급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탁상에서 벗어나 생활 현장 중심의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이론적으로만 물가관리를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도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했다는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 환율 문제와 얽혀 있는 금리 인상이 부담스럽겠지만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안정인 만큼 이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