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초교 입학 시즌 ‘유치원생 모시기’ 치열
입력 2010-11-01 18:24
서울 강남의 유명 영어 유치원인 A유치원에는 지난 몇 주 동안 사립초등학교 교사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사립초 입학 시즌을 맞아 교사들이 직접 입학원서, 홍보 팸플릿을 들고 유치원을 찾은 것이다. 유치원 관계자는 1일 “인근 학교에서 입학철이 되면 학교 홍보물을 보내는데 학부모들이 특정 학교를 홍보한다고 오해할까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사립초들이 1일부터 신입생 모집에 들어갔다. 입학비리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사립초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여전하다. 학교들의 신입생 유치 경쟁도 치열해 단순한 입학설명회에 그치지 않고 교사들이 직접 유치원을 순회방문하고 있다.
B사립초 교사들은 지난달 11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한남동, 압구정동, 이촌동 등지의 유치원을 집중 방문했다. 재학생의 출신 유치원을 파악해 부유층 학생이 밀집한 유치원만 선택한 것이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 측에서 입학설명회보다는 특정 유치원을 방문하는 게 ‘입맛에 맞는’ 학생을 모으기에 더 좋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유치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입학 경쟁률이 학교 경쟁력을 말해준다”는 인식 때문이다. 2010학년도 사립초의 평균 경쟁률은 2.4대 1이지만 학교별 편차가 매우 크다. 일부 사립초는 경쟁률이 7대 1을 넘는 반면 다른 곳은 정원을 겨우 채우거나, 미달인 경우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남 인접 학교나 영어 몰입교육을 하는 학교는 입학이 ‘하늘의 별 따기’인 반면 선호도가 떨어져 정원을 채우기도 급급한 사립도 많다”고 전했다 사립초는 중복지원이 가능하지만 추첨 당일(8일)에는 학부모와 학생이 한 학교에만 참석해야 한다. 추첨 당일 어느 학교에 학부모가 몰리느냐가 학교 인기를 말해주는 것이다.
입학 시즌마다 교사들의 스트레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사립초에서 교사로 일한 강모씨는 “입학 시즌이면 조를 짜 인근 유치원을 돌아야 하고 입학설명회에 오는 학부모를 위해 환경미화도 신경 써야 한다”며 “수업준비에 학부모 유치까지 하니 스트레스가 크다”고 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