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스마트그리드, 조용한 혁명

입력 2010-11-01 17:42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정전(停電)사태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왜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의아하겠지만, 이는 전기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는 최대 전력 소비량에다 10% 가량의 예비율까지 산정해 전력생산 설비를 넉넉히 유지하지만 미국은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서 쓰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소비량이 늘면 정전사태가 빚어지는 것이다.



사실 최대소비량에 맞춰 발전설비를 운용하는 것은 낭비다. 그 외 시간대에는 전력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전력 생산에는 발전소 투자비와 이를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 수입 등을 합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발전은 온실가스의 최대 주범이다. 따라서 전력 예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리 자랑할 일 만은 아니다.

전력산업의 개편을 위한 조용한 혁명이 지금 진행 중이다. 이른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바람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의 생산, 운반, 소비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시켜 효율성을 높이는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전력회사와 소비자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소비자는 요금이 쌀 때 주요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비쌀 때는 태양열을 이용해 만든 전기를 전력회사에 되파는 등 거래를 하게 된다. 물론 전기요금은 시간대별로 차등화되고 가정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현재의 전기 가격이 표시된다.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 연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월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을 최종 확정했고 SK텔레콤과 SK에너지,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등 많은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도 구좌읍에는 SK텔레콤이 설치한 김녕리의 1000가구를 비롯 총 2500가구 규모의 실증단지가 구축돼 각 가구의 전력 관련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8일부터 일주일간 제주에서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위크’ 행사가 개최된다. 당초 400여명이 참석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어 국내외 관계자 1000여명이 등록을 했다고 한다. 이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차대세 동력산업인 스마트그리드 강국으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의 정보통신 기술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이다. 전기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스마트그리드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