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대통령, 쿠릴열도 전격 방문… 日, 러와도 영토 분쟁

입력 2010-11-01 21:49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대만과 분쟁 중인 일본이 러시아와 쿠릴열도(일본식 표기 ‘북방영토’) 분쟁에 다시 휩싸였다.

일본은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러·일의 쿠릴열도 분쟁 재연=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일 오전 사할린주의 주도인 유즈노사할린스크의 공항에서 소형기로 쿠릴열도의 구나시리(國後·러시아명 쿠나시르)를 전격 방문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최고지도자가 이 곳을 방문한 건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해 처음이다. 이번 방문은 러시아가 쿠릴열도 4개 섬에 대한 실질적 지배국임을 과시, 일본의 영토반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 9월부터 “중대한 지장이 초래될 것이 뻔하므로 방문을 보류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러시아가 일축한 셈이다.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의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을 일컫는 쿠릴열도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승국인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때인 1956년 10월 일본과의 국교 회복을 선언하면서 4개 섬 가운데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일본에 인도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2009년 북방영토문제해결촉진특별조치법을 개정해 ‘북방영토’를 ‘일본의 영토’로 명기하는 등 4개 섬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해 왔다.

일본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방영토는 우리의 고유 영토로 일본의 원칙적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일본) 국민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우리 대통령이 우리 땅을 찾은 것일 뿐”이라며 “일본의 반응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나라는 자국 주재 상대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외교 신경전을 벌였다.

◇남북 영토분쟁 겪는 일본=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31일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일본 총리를 만나 일본과 중국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열도가 대만 영토임을 천명했다. 같은 사안으로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일본은 영토 문제를 놓고 북쪽에서는 러시아, 남쪽에서는 중국·대만의 협공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의 대처 방식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