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지질공원 추가인증 받을 준비 돼있나… 문제는 전문인력 등 ‘인프라’ 확보
입력 2010-11-01 17:23
최근 한라산과 성산 일출봉 등 제주도의 지질 명소 9곳이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지오파크·Geo Park)으로 지정된 가운데 서울과 울릉도, 강원도 영월 평창 정선, 남해안 공룡 화석지 등 전국 50여곳이 세계 지오파크로 추가 인증받을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오파크는 세계 자연·문화 유산, 생물권 보전지역과 함께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3대 문화 보존 및 자연 환경 보호제도다. 지오파크 인증은 그 나라의 지질 유산이 세계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증받을 수 있어 국가 브랜드 상승은 물론 관광객 증대, 지역경제 발전 등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현재 25개국 77곳이 세계 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았다.
한국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세계 지오파크 추가 인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지질공원 제도 도입, 지질공원법 제정 등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7∼30일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대한지질학회 주관으로 열린 추계지질과학연합 학술대회에서는 국내 지오파크 추진 현황과 인증 가능성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오파크는 특별한 지구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및 심미적 가치를 지닌 지질 유산(암석, 광물, 화석, 경관)과 더불어 고고학적, 생태학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세계 유산은 중요 유산의 보전과 규제에 초점을 둔다면, 지질공원은 보전과 활용이 양립해야 한다. 즉, 단순히 보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과학 연구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거나 지질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지 여부도 중요한 인증 기준이 된다. 인증 신청은 세계 유산의 경우 국가가 하지만 지질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서울 지오파크 조성을 위한 예비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임명혁 한국지반환경연구센터장은 “서울시가 조성하는 소위 서울 둘레길인 ‘그린 트레킹 네트워크’와 연계해 서울의 내사산(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과 외곽을 둘러싼 9개 산(북한산 수락산 도봉산 불암산 용마산 아차산 관악산 우면산 덕양산) 코스 및 한강을 따라 다양한 지오사이트(Geo site·지질 명소)를 구축하면 뛰어난 풍광과 독특한 경치가 많지 않아도 지오파크 조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은 1억6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화강암 지대에 놓여 있다. 수도가 화강암 지대에 위치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따라서 풍화작용 받은 서울 화강암, 광물과 암석 체험, 하천의 형성과 퇴적 작용, 고궁과 성곽 등 문화재를 콘텐츠화하면 지질공원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
노원구는 관내 수락산과 불암산 지역을 지오파크로 인증받기 위한 자체 연구조사까지 끝낸 상태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7000만년 전 단층 작용에 의한 차별 상승으로 생성된 단층 절벽과 판상 절리, 토르(주변보다 우뚝 솟은 돌더미 혹은 작은 구릉), 그루브(암석 표면에 도랑 모양으로 침식된 형태) 등 지질학적 콘텐츠들이 특히 많다.
현무암과 조면암으로 구성된 화산섬 울릉도도 지오파크 인증 가능성이 높다. 경북대 지질학과 장윤덕 교수는 “성인봉과 알봉, 나리분지, 코끼리 바위, 적층동굴 등 13개의 지오사이트 후보지를 발굴했으며 내년까지 과학적 조사를 끝내고 2012년쯤 인증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취약한 교통 접근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30억년 신비를 간직한 강원도 평창과 영월, 삼척, 태백, 정선 지역도 당장 지오파크로 조성해도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지오파크 최재석 대표는 “평창에는 고생대 해성 지층이 융기돼 만들어진 백두대간이 흐르고 있는 만큼 평창에 지오파크를 조성할 경우 동계 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이는 타 지역과 차별성을 가져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석회암 지역인 영월은 고생대 표준 화석 산지와 희귀 암석층인 글루코나이트질 사암, 고씨동굴 등 매력적인 지오사이트가 즐비하다.
전남 해남과 경남 고성 등 남해안 일대 공룡 화석지 5곳도 지오파크 후보지다. 전남대 자연과학대 허민 교수는 “약 5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시대에 형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로, 공룡 화석이 다양하고 보존 상태도 좋아 ‘한국판 쥐라기 공원’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백령도와 대청도·소청도 일대, 부산 이기대자연공원, 전북 부안 변산반도 등도 검토되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지질 유산을 가진 곳은 다수지만 실제 지오파크로 인증받기 위해선 기반 시설(안내소 및 안내판) 완비와 전문 운영 인력 확충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구과학교육연구회 회원인 박정웅씨(숭문고 교사)는 “지오파크 인증을 받은 제주도나 또 앞으로 추진 중인 지역은 각 지질 명소에 대한 상세한 지질학적 안내와 탐사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질학 석사 이상의 ‘지질유산 해설사’를 양성해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간 협의체를 구성해 지질공원 추진과 운영의 노하우를 공유하려는 노력과 지질공원 확산을 위한 관련 법·제도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주=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