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는 무엇인가

입력 2010-11-01 17:36


(17) 희랍정교회

로마 가톨릭교회와 희랍정교회(혹은 동방정교회)는 둘 다 각각 세계교회임을 자처한다. 하지만 초대교회는 로마제국 안의 라틴계와 희랍계 교회들을 다 망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마 라틴계 사람들과 희랍계 사람들은 인종이나 문화 정서가 딴판이었다. 하나는 현실적 정치나 법, 질서, 조직 등에 천재적 자질을 가진 민족이요, 다른 하나는 철학적이며 사색적인 관념적 깊이로 천재적 자질을 가진 민족이었다. 그래서 로마 라틴계 사람들은 교회의 조직과 운영에 공헌했다. 희랍계 사람들은 신학적 종교적 발전에 공헌했다.

다른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두 교회의 교권 형태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황이 전권을 가진다. 심지어 중세에는 세속권까지 장악한다. 황제들의 임면(任免)권까지 행사한 때가 있었다. 그것을 교황주의라고 한다. 반대로 희랍정교회에서는 총대주교가 황제의 권력 아래 있다. 영국 성공회처럼 황제가 교회의 수장이 되거나 황제 밑에 교권이 종속하게 된다. 그런 기독교라면 압박은 받을지 모르지만 생존의 확률은 크다.

그런데 희랍세계와 동구권에 오스만으로 알려진 이슬람의 세력이 10세기부터 확장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1453년 희랍정교회의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이들 손에 장악된다. 이슬람의 지배 아래서 동방교인들은 비교적 자유를 누렸다고 한다. 콘스탄티노폴리스, 곧 지금의 이스탄불에 있는 소피아성당이 그대로 보존되고 인테리어만 바뀐 게 그 예이다. 더러는 기독교 지배하에서 살아남은 이슬람은 없었지만 이슬람 밑에서는 기독교인들이 활보하고 있었다는 말이 돌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론뿐이고 실상은 엄청난 시련을 겪어가면서 살아남는다. 선교의 자유는 없었고, 만일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입교하는 사람이 있으면 사형을 당했다.

따라서 희랍정교회의 주력이 이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 러시아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래서 모스크바의 총대주교가 갑자기 부상하다가 러시아 정교회가 희랍정교회의 정통을 이어나가는 셈이 된 것이다. 러시아가 유럽 중심부에서 멀리 떠나 있어서 근세 역사를 변화시킨 종교개혁이나 반종교개혁의 파고를 비켜가게 되었고, 그래서 교회로서는 가장 고전적인 형태를 계속 지켜나가게 됐다. 현대에 이르러 동방정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1948년 조직될 때 그것이 미 제국주의의 결탁이라고 맹비난하였다. 하지만 61년 뉴델리에서 WCC 총회가 개최되었을 때 가입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교회의 분열까지 몰고 온다. 곧 복음주의계에서는 WCC가 공산권 교회들이 가입하고 있으니 용공단체요, 따라서 가입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분열의 한 원인이었다. 동구권 정교회들이 한국교회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민경배 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