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보이지 않는 손’에 솜방망이 세무조사…임천공업 조사 개입 전말

입력 2010-11-01 04:04

검찰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임천공업 세무조사 무마 의혹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천공업 세무조사가 부산지방국세청에서 서울지방국세청으로 이관되고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임천공업 세무조사 최종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면 천 회장이 핵심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동열)는 최근 소환된 부산국세청 및 서울국세청 조사4국 관계자들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 소환 인원은 두 기관 합쳐 4~5명이며 부산국세청 관계자들은 소환 당일 오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오후부터 조사받은 뒤 서울중앙지검 근처 모텔에서 하루를 자고 이튿날까지 1박2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천 회장이 임천공업 은행권 대출 청탁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지난달 말 집중 조사했고, 최근에는 천 회장의 임천공업 세무조사 무마 의혹에도 수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구속)를 상대로 40억원대 금품을 천 회장에게 준 이유를 집중 추궁하는 과정에서 세무조사 무마 의혹을 뒷받침할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천공업 세무조사가 부산국세청이 아닌 서울국세청 조사4국으로 넘어간 것은 통상 있을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다. 당시 임천공업 세무조사는 통상 5년마다 하는 정기세무조사여서 조사 주체를 바꾸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산국세청이 이미 기초조사를 끝낸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누군가 조사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려고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불거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조사 주체 변경은 국세청 최고위층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임천공업 세무조사 역시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도 원래는 부산국세청 관할이었지만 서울국세청 조사4국 직원들이 부산에 내려와 조사 자료를 모두 갖고 올라갔다.

검찰은 천 회장의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때 한상률 국세청장과 조홍희 조사4국장은 물론 김모 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이모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등 광범위한 인맥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당시 한 청장이 미국에 있어 소환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조 국장은 직접 불러 조사했다. 이에 따라 임천공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조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박연차 게이트 뇌관이 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사안이 워낙 커 천 회장 로비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쪽으로 결론 났지만, 임천공업 세무조사는 가벼운 조치로 끝났다. 검찰은 임천공업 이 대표를 지난달 구속 기소하면서 2003~2009년 비자금 354억원을 조성했고, 그 가운데 100억원은 개인 채무 변제나 생활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