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위, 경찰청 “예산없다” 반대에도 다른 상임위까지 접촉…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입력 2010-10-31 22:30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찰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산 확보까지 약속하며 전방위 지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행안위 소속 의원 외에 기획재정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까지 섭외해 접촉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2008년 12월 정부제출안(용어 변경)과 지난해 4월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발의안, 민주당 최규식 의원 발의안 등 3건을 묶은 통합안이다.
통합안은 청원경찰의 보수·퇴직연령 상향, 단결권·단체교섭권 보장 등을 담고 있다. 행안위는 지난해 9월 법안을 각각 상정해 검토보고, 대체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같은 달 24일 행안위 회의에 출석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개정안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시행하려면 1년에 80억~180억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재정부 답변도 받았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에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다른 불합리한 예산을 축소해서라도 개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장인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도 “의원 모두가 개정을 원하고 있다”며 “재정부에서 돈을 타 올 수 있도록 부처 협의는 우리들이 노력하겠지만 청장도 (예산 확보를 위해) 애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11, 12월 두 차례 열린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는 참석 의원들이 개정안 시행 시기를 서둘러야 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당시 경찰청은 “2010년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시행일을 2011년 1월로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규식 의원은 “개정안 시행을 위해 경찰이 추계한 80억원은 예비비로 충당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고생해 온 분들을 생각할 때 경찰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재촉했다.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도 “국가도 어렵지만 청원경찰도 어렵다”며 “우리들이 합의를 했다면 법이 통과됐을 때 청원경찰들이 (효과를) 느끼도록 시행하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이명수 의원은 “청원경찰의 보수 수준과 집행 기간만 조정하면 (예산 문제가 해결) 된다”며 “이분들(청원경찰)이 중년 때 돈이 많이 필요하다니 근속 10년 이상 청원경찰의 보수를 키워 달라”고 주장했다.
구속된 청목회 최모 회장은 지난해 5월 국회 재정위원장인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을 섭외해 만났다. 청목회 집행부는 지난해 9월 9일 최 의원이 주도한 공청회 이후 유선호 당시 법사위원장 등 법사위 소속 의원들도 접촉했다. 이런 사실은 청목회 홈페이지에도 적시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목회 회원의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후원금이 전달된 사실 등 돈의 흐름과 로비 정황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