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G20 자원봉사단 운영 주먹구구
입력 2010-10-31 21:57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자원봉사단 발대식이 열린 31일 서울광장에서는 발대식에 참가한 자원봉사자와 행사를 구경하는 시민을 구분할 수 없었다. 봉사자들의 옷차림은 제각각이었다. 봉사단을 조직한 서울시가 당초 현장에서 지급키로 했던 흰색 맞춤복을 1000여명분밖에 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발대식에는 봉사자 5817명 가운데 3000여명이 참석했다.
맞춤복과 함께 나눠주기로 한 봉사자 신분증은 현장에서 일부 봉사자가 일일이 고리를 끼워 만들었다. 이마저 재료가 달려 1000명 정도만 받을 수 있었다. 진행요원들은 맞춤복을 입은 봉사자를 행사장 앞줄에 앉도록 했다.
행사장 주변은 시청 재건축 공사로 각종 자재가 널려 있었다. 발대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인부들은 하던 일을 계속했다. 식전행사와 예행연습을 뺀 발대식 본 행사는 20분 만에 끝났다.
어수선하게 진행된 행사 현장에서 봉사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발대식뿐 아니라 봉사자 교육과 조직 운영이 전반적으로 허술하다고 주장했다. 봉사단은 정상회의 기간을 포함하는 8∼13일 서울 곳곳에서 각국 참가자와 외국인 방문자를 상대로 교통이나 숙소 등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봉사단을 관리하는 G20 정상회의지원단은 지난 7월 봉사자들을 선발했지만 실무교육은 발대식 후 실시한 현장체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현장체험에는 전체 봉사자의 5%인 120명만 선착순으로 선발됐다.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은 30일 오후 6시 이후 처음 공지됐다.
갑작스러운 공지는 처음이 아니었다. 이달 초부터 봉사자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 지원단은 지난 14일 오후 ‘오늘 온라인 교육을 마감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온라인 교육 이수율은 업무 배정에 영향을 미친다. 한 봉사자는 “당초 지원단이 온라인 교육을 10월 중 진행한다고 했을 뿐 마감시한을 정하지 않았다”며 “봉사자 교육을 마무리하려는 조치라고 해도 허술한 관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묻는 4지선다 문제가 선택항 없이 지문만 나와 봉사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일부 평가문제의 오류가 사전에 걸러지지 못한 것이다. 온라인 교육을 대행한 업체 관계자는 “당시 오류가 기술적 문제여서 지원단이 사전 검수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며 “실수를 인정한다”고 했다. 교육 첫날 5시간 정도 방치된 이 문제는 봉사자들의 지적으로 수정됐다.
봉사자 수천명을 선발하고도 봉사자끼리 정보를 공유하거나 단합할 수 있도록 하는 후속 조치가 전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다 못한 봉사자들은 인터넷에 직접 모임을 개설했다.
한 대학생 봉사자는 “일정 대부분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되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가 세계적 규모라고 홍보하는데 민간 외교단인 자원봉사단 운영 수준은 그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