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줄어드는데 일회성 만남 언제까지… 상봉 정례화 합의 가능성은
입력 2010-10-31 21:58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13개월 만에 30~31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렸다.
1일까지 2박3일간 진행되는 1차 상봉에서는 북측 방문단 97명이 남측 가족 435명을 만난다. 2차 상봉은 3~5일 열리며 남측 방문단 96명이 북측 가족 207명을 상봉할 예정이다.
1차 상봉자들은 30일 오후 3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내 행사장에서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났다.
북측 신청자 중 최고령인 이종렬(90)씨는 아들 민관(61)씨와 동생들을 만났고, 남측 가족 중에는 딸 우정혜(71)씨를 만난 김례정(96)씨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당초 북측은 최종 상봉 신청자 100명의 명단을 우리 측에 통보했으나 이후 본인 건강 악화, 남측 가족 사망 등으로 3명이 빠졌다. 가까스로 100명의 상봉 명단에 포함된 상봉 신청자들이 불과 열흘을 기다리지 못하고 건강 악화로 상봉을 포기하거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산가족 고령화가 불러온 후유증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측 이산가족 생존자의 77%는 70세 이상이다. 일부 가족은 일회성 만남을 가진 뒤 정신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상봉행사 우리 측 단장인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30일 이산가족 만찬행사에서 “11월 25일에 있을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다시 한번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어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가까운 시일 내에 이산가족상봉 행사 정례화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북측이 상봉정례화의 전제조건으로 대규모 쌀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지난달 26∼27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별개이고, 천안함 사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규모 쌀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남북이 큰 틀에서 이산가족 정례화에 합의하더라도 상봉 횟수 등에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 우리 측은 월 1회씩 가급적 많은 인원을 참가시키자는 것이고, 북측은 100가족 규모로 연 3~4회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 측은 상봉 정례화와 함께 이미 상봉 경험이 있는 이산가족의 재상봉, 매월 5000명씩 생사 및 주소 확인, 80세 이상 고령자의 고향방문 등도 추진하고 있다. 화상상봉이나 영상편지 등도 가능하나 실제 만나는 것과 차이가 커 이산가족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과 북의 1차 상봉자들은 상봉 첫날 우리 측이 마련한 환영만찬에서 서로에게 음식을 떠먹여주며 이산가족의 한을 풀었다. 둘째 날인 31일 오전에는 가족 단위 비공개로 진행된 개별 상봉 행사를 가졌고, 공동 점심식사에 이어 2시간 동안 단체 상봉을 가졌다. 이산가족들은 1일 오전 작별 상봉을 끝으로 만남을 마무리한다.
금강산공동취재단,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