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C& 그룹 수사 장기화 조짐…검찰 “깜깜한 방서 바늘 찾는 격”

입력 2010-10-31 22:29


태광그룹과 C&그룹 등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비자금 조성 등 기업 내 비리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지만 수사의 핵심인 ‘로비’ 여부는 뚜렷한 진전이 없다. 태광그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이호진(48) 회장 일가의 차명계좌나 차명부동산 등 비자금 전모를 밝혀내는 데 주력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31일 “각종 비자금 의혹에 대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있다”며 “이번 수사는 캄캄한 방에 굉장히 많은 바늘이 숨겨져 있는데, 이런 바늘을 찾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차명계좌가 한정돼 있으면 해당 계좌만 보면 되는데 태광그룹의 경우 문어발식으로 퍼져 있어 수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또 “수사 패러다임이 자백·진술 중심에서 자료·물증 중심으로 변했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1982년 장영자 어음사기 사건, 97년 한보그룹 특혜비리 사건 등은 20∼30일 만에 끝났지만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은 120여일, 같은 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 의혹 사건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고발 이후 11개월이나 걸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C&그룹 임병석 회장의 구속 기간을 오는 10일까지로 연장했다. 임 회장은 계열사 간 돌려막기식 지원으로 우량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와 분식회계로 금융권에서 사기대출을 받고, 계열사 전환사채 조기 상환을 막기 위해 주가조작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임 회장은 그룹 경영상 내린 판단이었다거나 계열사 차원에서 이뤄져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횡령과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외법인이나 임 회장 친인척 등이 경영했던 광양예선, 남부IND 등 비자금 창구로 의심되는 기업이 워낙 많아 퍼즐 맞추기에 힘을 쏟고 있다. 따라서 태광그룹과 C&그룹 모두 검찰이 정·관계 로비 실체를 파악하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지훈 김정현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