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정상, 이번엔 대기실서 10분간 회동

입력 2010-10-31 18:43

일본과 중국 정상이 이번에도 제대로 된 테이블이 아닌 대기실에서 만났다.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 회의장 대기실에서 10분 정도 만나 전략적 호혜관계를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양국 정상은 전날 예정됐던 공식 정상회담이 무산된 데 유감을 표하고 민간교류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향후 다시 회담 기회를 조정하기로 했다. 간 총리와 원 총리는 지난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때도 만찬장 복도에서 잠깐 회동한 바 있다.

양국은 29일 밤 공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회담 분위기를 깼다며 중국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거부했다. 중국은 회담 직전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센카쿠가 미·일 방위조약의 적용대상’이라고 한 발언과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의 교섭 재개에 일본과 중국이 합의했다’는 AFP통신의 오보를 문제 삼았다.

중국은 9월 7일 센카쿠에서 일본 순시선과 자국 어선의 충돌 사태가 발생한 뒤 지금까지 일본과의 공식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날 원 총리가 간 총리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면서 즉석 회동이 이뤄진 것을 볼 때 중국이 ‘파국’을 원치 않음을 보여준다. 간 총리 역시 센카쿠 문제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결정적 트러블’은 아니라며 “양국이 냉정하게 대처하면 경제적, 문화적인 면에서 더욱 더 발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상회담 무산에 대해 일본 언론은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31일자 사설에서 “대국(大國)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스럽지 못한 외교”라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이 국내 대일 강경파의 반발을 두려워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정상회담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중국이 공식 정상회담을 거부함으로써 중국 이질론(異質論)이 더욱 확산되게 됐다”며 “중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될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