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7대 4대 1의 비밀… 류 회장 ‘특위’ 참여여부 표결

입력 2010-10-31 20:34


30일 서울 태평로 본점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는 단 한 차례 표결이 이뤄졌다. 안건은 ‘특별위원회 설치’였지만 핵심은 류시열 회장의 특별위원회 참여 여부였다. 얼핏 당연해 보이는 사안이 표결까지 이뤄진 배경에는 이사회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놓여 있다.

특위는 12명의 이사 중 이번 사태 이해관계자인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제외하기로 했다. 류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8명이다. 그중 4명은 라 전 회장에 반감을 표현한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고 나머지 넷은 라 전 회장에게 우호적이다. 특위에서 차기 경영진 등을 두고 의견대립이 벌어질 경우 표결을 하면 4대 4로 팽팽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사회 막판에 캐스팅 보트를 쥘 가능성이 큰 류 회장의 특위 참여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무기명 표결 결과는 찬성 7표, 반대 4표, 기권 1표였다. 찬성 7표는 라 전 회장, 류 회장, 이 행장 및 국내 사외이사 3명,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본부장으로 추정된다. 반대는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 기권은 “사실상 반대 의미로 기권했다”고 밝힌 신 사장의 표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일제히 반대 의사를 던짐에 따라 신한금융으로서는 향후 재일교포 주주들의 반감을 어떻게 수습할지 또 하나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근 재일교포 주주 4명이 이 행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철회한 것처럼 이들이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시종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사회 직전 기자들과 만난 라 전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하더라도 이사직은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검찰 조사를 하는 것이냐, 해도 너무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신 사장은 동반사퇴 여부에 대해 “명예회복을 위해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거취를) 얘기하겠다”고 밝혀 추후 복귀 의지를 밝혔다. 반면 이 행장의 퇴진에 대해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앞서 29일 이사회 이사들을 만나 현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해 이사진 간 사전 의견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