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질환 80%는 약물로 치료 가능”
입력 2010-10-31 17:27
“소변을 자주 본다. 요의를 느껴 밤에 깬다. 소변이 중간에 끊긴다.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다. 소변 한 번 보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오줌 눌 때 항문과 고환 사이 회음부가 뻐근하다….”
전립선 건강이 좋지 않은 남성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들이다. 전립선은 정액 성분의 일부를 생성, 분비하는 장기다. 방광 바로 아래쪽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골반 속에 깊이 숨어 있어 병이 생겨도 알아채기 힘든 이 기관의 기능 이상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들이 많다.
방광 질환은 소변 횟수가 증가하는 ‘빈뇨’, 자다가 일어나게 만드는 ‘야간뇨’, 오래 참기 힘든 ‘절박뇨’ 등만 나타난다. 하지만 전립선 질환은 여기에 오줌 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는 ‘세뇨’, 소변이 나올 때까지 오래 걸리는 ‘지연뇨’, 소변이 나오다가 끊기는 ‘단절뇨’까지 더해진다.
전립선에 생기는 병은 크게 3가지다. 전립선염과 전립선 비대증, 전립선암이다. 모두 소변보기가 불편한 배뇨장애 증상을 동반한다. 이 중 전립선 비대증이 가장 흔하다.
전립선 비대증은 나이에 비례해 발생한다. 한국인은 40대의 27%, 50대의 51%, 60대의 69%가 갖고 있으며 70대엔 유병률이 8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이로 인해 세뇨, 지연뇨, 절박뇨, 빈뇨, 단절뇨 등의 배뇨장애를 경험하는 비율은 2명 중 1명꼴(42%)이다.
이는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 근육 및 방광 목 근육의 수축이 점점 더 커지고, 이에 따라 요도가 좁아져 소변 흐름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비뇨기과 하유신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수록 방광 벽은 더욱 두꺼워지고 요도 수축 현상도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전립선 질환은 보통 항문을 통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 수지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진단한다. 암과 구별하기 위해 전립선특이항원(PSA)을 혈액검사로 조사하기도 한다. 전립선암에서는 PSA 수치가 특이하게 높게 나타난다. 전립선염과 전립선 비대증을 방치하면 암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생각이다.
전립선비대증은 뚱뚱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하면서 생긴 양성 종양이다. 반면 전립선암은 정상 전립선 세포가 암세포로 변하여 생긴 악성 종양이다. 근본이 다르므로 전립선 비대증이 암이 되는 일이란 없다. 전립선염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립선염은 피검사에서 암과 같이 PSA 수치가 높게 나오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는 80%가 약물만으로 가능하다. 전립선 비대증에선 알파 차단제와 남성 호르몬의 일종인 DHT를 억제하는 약물을 쓰고, 전립선염은 항생제와 소염제를 병용한다. 수술은 이들 약이 듣지 않을 때와 전립선암일 때만 시행한다.
전립선비대증은 요즘과 같이 기온이 떨어지는 환절기와 동절기에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날씨가 추워지면 상대적으로 수분이 땀으로 배출되는 양이 적어 소변 양도 여름철보다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립선의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 소변 양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내고 취침 전에는 물, 주스, 차 등의 수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
하 교수는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면 골반 근육의 긴장이 완화되고 전립선 질환의 치료 및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며 “가급적 술이나 커피,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전립선 액을 동시에 배출하는 사정 행위(성생활)도 권장된다.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전립선 환자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감기약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변석수 교수는 “콧물 감기약으로 많이 쓰이는 항히스타민제와 기침약으로 사용되는 에페드린 성분은 방광과 요도를 수축시켜 배뇨를 방해하는 작용을 하는 만큼, 전립선 환자들은 감기약을 처방받을 때 반드시 의사와 의논해 배뇨장애 유발 성분 약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