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한국 경제성장, 60개국 돌며 강의 청중이 열의 보인 나라들 큰 발전”
입력 2010-10-31 22:33
김덕중(76·사진) 전 교육과학부 장관이 희수(喜壽·우리나이로 77세)를 기념해 ‘개발시대의 경제학자’(도서출판 김&정)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경제학자로, 학생 중심의 대학개혁을 추진한 교육자로, 동생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도와 ㈜대우의 대표이사를 지낸 기업인으로, 한평생을 우리나라 현대사와 궤를 함께한 그를 29일 서울 남대문로5가 대우재단빌딩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말끔한 감색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한 김 전 장관은 1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인터뷰 내내 꼿꼿한 허리를 좀처럼 굽히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책을 낸 이유를 묻자 그는 “회고록이면 보통 자기에게 좋은 이야기만 쓰게 되는 데다, 이제는 한물간 노인의 이야기를 누가 들어줄까하는 생각에 애초엔 책을 낼 마음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장을 일군 한국의 경제학자로서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대답했다.
책에는 김 전 장관의 인생 이력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신문팔이 소년에서 유학생을 거쳐 서강대 교수가 된 과정이나 대우 대표이사로 김 전 회장과 함께 고난을 헤쳐 온 일, 아주대 총장과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일 등 정치·경제·교육계를 넘나들며 막전막후에 경험한 사건들을 허심탄회하게 적었다. 그는 교수 시절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박근혜씨는 남달랐어요. 뭐든 정성을 다해 주위를 감동시키는 학생이었습니다. 답안지만 척 봐도 글씨를 얼마나 정성들여 쓰는지 감탄할 정도였어요. 지금도 그 당시 조교였던 제자를 만나면 박근혜씨 답안지를 화제로 올리곤 한답니다.”
세계 6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을 알려온 일은 김 전 장관에게 소중한 추억이다. 나라마다 강의를 듣는 태도는 제각각이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정·제계 인사들의 청강 열기가 뜨거웠고, 대만은 정·제계가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는 점이 놀라웠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청중이 열의를 보인 나라들은 이후 크게 발전했지만 시큰둥했던 나라들은 지금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대학 총장과 교육부 장관 때 각 이해집단의 주장에 밀려 소신을 갖고 세운 정책들을 완수하지 못한 일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교육계에는 자신을 희생하는 헌신적 사고를 가진 스승이 많아야 하는데 교육계의 리더 집단들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에 실망을 하곤 했다”며 “갈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지는데, 이런 풍조가 나라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