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봉 정례화하고 국군포로 더 포함시켜야
입력 2010-10-31 22:17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3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13개월 만에 재개된 이 행사에는 남측 가족 436명과 북측 가족 97명 등 533명이 참가해 60년 만에 이산의 한을 달랬다.
남북 이산가족 가운데 최고령인 김례정(96) 할머니는 북한의 딸 우정혜(71)씨를 만나자 “꿈에만 보던 너를 어떻게…이 아이를 만나려고 지금까지 살았나 보다”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워낙 고령인데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지만 딸을 만나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김 할머니를 금강산까지 가게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이산의 안타까움과 함께 가족애에 대한 진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김 할머니 말고도 상봉 현장에서 만난 가족들은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뤄 뼛속까지 파고드는 분단의 아픔을 절절히 느끼게 했다.
이번 상봉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전사자로 처리된 이종렬(90) 방영원(81) 윤태영(79) 이원직(77)씨 등 국군출신 4명이 북측 상봉자 중에 포함된 사실이다. 특히 이종렬씨는 생후 100일밖에 안 된 갓난아기 민관(61)씨 이름을 지어주고 입대한 뒤 포로로 잡혔다가 아들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이들 4명은 다른 국군포로들과 함께 1957년 전사자로 처리됐으나 뒤늦게 생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는 탈북자와 귀환포로 등의 진술을 통해 6·25전쟁 때 발생한 국군포로 가운데 500여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군포로는 94년 조국의 품에 안긴 ‘귀환 국군포로 1호’ 고 조창호 중위를 비롯해 지금까지 79명이 제3국으로의 탈출을 통해 남한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탈북해 제3국 한국 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국군포로 A씨(84)의 망향가가 최근 국내에 알려져 국민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정부는 앞으로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 현황을 파악하는 데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북한 당국이 북에 거주하는 국군 출신을 전향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국군포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외교력과 정보력을 동원해 국군포로의 현황 파악과 이들이 희망한다면 조속한 귀환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은 이산가족들이 죄다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이산가족 교류 사업의 정례화에 나서야 한다.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터무니없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지체시켜서는 안 된다. 또 남측이 요구한 전면적인 생사 확인, 상시 상봉, 영상편지 교환, 고향 방문 등을 통해 일회성인 이산가족 교류 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민족 화해와 협력,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만큼 북한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오는 25일 예정된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남과 북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