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재수] 식량안보와 G20

입력 2010-10-31 19:25


식량안보가 다시 전 세계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와 금융시장 불안은 식량수급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새삼 식량안보가 국제 논의과제로 등장하고, 해결을 위한 국가 간, 지역 간 협력체계 강화가 요청된다. 주식으로 먹는 쌀이 남아돈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월 27일 경북 경주에서 개최된 제30차 FA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에는 28개국 대표단과 옵서버, 국제 NGO 대표 등 350여명이 모였다.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먹을거리 자급을 달성한 우리의 경험과 역사가 상영되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흑백 영상이 흐르면서 6·25전쟁의 폐허와 그 이후의 재건활동, 새마을운동, 식량증산운동 등 우리나라의 식량생산 노력이 시연되었다.

기후변화 금융불안 새 변수

피땀 흘린 결과로 주곡자급을 달성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영상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흐르자 생각지 못한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를 5분간 영상화하여 보여준 것에 불과했으나 참석자들의 예상치 못한 뜨거운 축하를 받은 것이다. 우리에게 보낸 격려는 쌀 생산증대의 성공신화 예찬을 넘어 아직도 식량 부족에 처해 있는 자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미래를 다짐하는 감동적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FAO 자크 디우프 사무총장은 “식량위기의 극복, 빈곤 탈출을 위하여 한국의 성장모델이 개발도상국 발전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미얀마 타이오우 장관은 몇 십 년 전만 해도 자국에 비해서 잘살지 못했던 한국의 발전에 대한 놀라움과 부러움의 찬사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16일 일본 니가타에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 농림장관들이 모였다. 식량안보를 재강조하고 식량생산과 교역증대를 위한 각국의 노력을 촉구하면서 APEC 차원의 각료 선언문도 채택하였다.

앤 트왈리어 미 농무부 차관보는 한국의 세계농업식량안보기금(GASF) 참여에 감사를 표하면서 펀드 활성화를 위한 공조를 당부하였다.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부의장 오무라 유키코는 우리 농식품부와 IFAD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아·태 지역 빈곤퇴치 워크숍을 통해 양측 간 실질적인 협력관계 구축을 희망하였다.

연속 개최된 두 번의 국제회의에서 달라진 우리나라 위상을 확실히 인식하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60년 만에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도 인정하는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 국가가 된 것이다.

오는 11일에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G20 정상회의에서도 식량위기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로서 우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식량안보라는 과제가 선·후진국을 막론한 국제사회의 주요 논의과제로 대두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식량위기가 다시 오고 있다는 점과 식량생산과 교역증대를 위한 국제공조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보릿고개 극복 경험 알려야

말로만 하는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방안을 만들어 나가는 데 국제사회 리더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역할을 증대해야 할 것이다. 식량문제에 관한한 우리는 값진 역사와 경험이 있다. G20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외국 정상 및 대표단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창조해야 하며, 그 주인공은 우리 국민이다.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세계 주요국 정상의 의견이 모아져 많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기아와 빈곤 없는 세상으로 한 발 더 다가서는 데 G20 정상회의가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우리가 1950년대 빈곤과 기아를 극복한 역사처럼.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