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곡 저작료’ 제값 치르고 맘껏 부르자
입력 2010-10-31 17:42
최근 서울의 한 대형 교회 목사는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기독교 음악 관련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3년을 소급 적용했다는 것이다. 저작권 불법 사용으로 외부에서 주목받는 것을 원치 않은 교회는 이를 지불하고 조속히 마무리지었다.
저작권법이 강화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되면 이 같은 일은 빈번해질 전망이다. 국내 교회에서 사용하는 기독교 음악 중 절반이 외국곡이다. 국제 소송으로 비화되면 소송비용과 소급 적용 저작료를 고스란히 개별교회가 부담해야 한다. 비용도 문제지만 이에 따른 한국교회의 도덕적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소원’ ‘하연이에게’ 등을 작곡한 ‘꿈이 있는 자유’의 한웅재 목사는 국내 대표적인 찬양사역자다. 그는 교계에서 지난 20년간 100여곡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저작권 관련 수입은 10여만원에 그쳤다. 이는 한 목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CCM 사역자(저작권자) 500여명 가운데 10% 미만만, 그것도 적은 액수의 저작권료를 받는다. 사역자 대부분이 소명과 무관하게 생활고 해결에 매달리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기독교 문화의 전반적인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줄소송 우려와 기독교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기독교 음악 저작권 문제 공동해결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대형 교회가 먼저 나서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분당우리교회, 대전 새로남교회, 지구촌교회 찬양 실무자들은 지난 9월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한국교회 음악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기독교 음악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저작권도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또 지난달 초 같은 장소에서 2차 간담회를 가졌다. 1차 때 참가한 교회 외에 강북제일교회와 남서울비전교회, 새에덴교회, 안산동산교회, 영락교회 찬양실무자 등도 함께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한국CCM 저작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현재까지 논의된 구체적인 방안은 한국교회와 저작권자 및 저작권 단체가 공신력 있는 비영리 협의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가칭 ‘한국교회저작권협의체’다.
이 기구는 소속 교회의 찬양 사용현황을 모니티링하며 교회 성도 수에 비례해 찬양문화기금을 걷고 이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하게 된다. 또 저작권 관련 국제소송과 관련된 법률 검토 및 자문도 한다. 협의체에 소속된 교회는 공식적인 예배와 홈페이지 등에서 찬양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저작권자들은 이전과 달리 교회로부터 저작권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작권자들도 환영하고 있다. 한국크리스천저작자협회(KCMCA) 안성진 총무는 “저작권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를 교회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대책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찬양목회자 박희봉 목사는 “저작권 보호 당사자인 교회가 정작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를 더 방치하면 저작권자와 교회 모두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개별 교회가 아닌 한국교회 전체의 당면과제로 인식, 뜻을 같이할 때”라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많은 교회의 동참을 이끌어내 내년 3월 이전에 협의체를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