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 1800만원’ 조승우 출연료 뮤지컬계 술렁… “배우들 ‘몸값’ 덩달아 뛸까 걱정”

입력 2010-10-31 17:30


배우 조승우의 출연료 때문에 뮤지컬계가 술렁이고 있다.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하면서 회당 1800만원의 출연료를 받기로 했다. 모두 80회 공연에 출연 예정이기 때문에 총액은 14억4000만원에 달한다. 뮤지컬배우로선 회당 출연료와 총액 모두 사상 최고다.

‘지킬 앤 하이드’ 제작사인 오디뮤지컬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지난 28일 간담회를 통해 “조승우의 출연료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대표는 “회당 매출을 1억5000만원 정도로 보고 그 중 15∼20% 정도를 조승우에게 주는 것을 기준으로 했다”면서 “그의 티켓 파워과 무대에서 보여주는 실력을 고려하면 이정도 개런티를 받을 만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 스타의 경우 회당 700만원 이상, 뮤지컬 배우 중에서도 스타급은 회당 100만∼400만원 정도를 받는 게 업계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조승우의 티켓 파워는 이번 공연 예매에서도 입증됐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자 15분 만에 그의 출연분 1만5000석 전석이 매진됐다. ‘조승우 효과’는 다른 배우에게도 영향을 끼쳐 전체 예매분 4만5000장 중 3만5000장의 표가 팔렸다. 조승우를 빼고도 2만장의 표가 팔린 것이다. 신 대표는 “다른 배우 판매량은 1만장 정도 생각했는데 2만장이나 팔렸다. 조승우에 대한 관심이 다른 배우로까지 확대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조승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몸값이 덩달아 뛸까하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뮤지컬계에 스타마케팅이 본격화하면서 배우들의 개런티가 많이 뛰었기 때문에 근거 없는 걱정은 아니다.

당장 스타급 연예인들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조승우와 비슷한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조승우가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뮤지컬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스타를 이름값만으로 큰 돈을 지불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뮤지컬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요즘 뮤지컬계가 스타마케팅 없이 작품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작품성으로 승부를 보는 뮤지컬보다 스타의 이름을 내세운 뮤지컬이 득세하게 됐다. 극심한 불황이라는 올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뮤지컬로는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출연한 ‘모차르트’와 유노윤호가 나온 ‘궁’ 등 아이돌스타가 출연한 작품 정도만 꼽힌다.

제작기반이 약한 제작사들이 초연부터 수익을 올리려는 계획을 짜다보니 스타에 매달리게 됐고, 아쉬울 것 없는 스타들은 높은 몸값을 요구했다. 제작비는 올랐고 그에 따라 표 값도 상승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수익성을 생각하면 무리해서라도 아이돌스타를 무조건 캐스팅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스타를 보러 온 관객들이 작품에 만족하고 갔을 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승우의 몸값을 계기로 뮤지컬계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