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당뇨병 관리의 걸림돌
입력 2010-10-31 17:27
가을은 당뇨 환자들에겐 ‘인내의 계절’이다. 각종 먹을거리에 대한 유혹을 뿌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5000년 이상 이어온 당뇨병은 인생의 3가지 즐거움 중 하나인 식욕에 의해 직접적으로 병의 경과가 악화되고,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서 피해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가지고 있다.
주위의 친·인척들이 좋다고 권하는 음식들 때문에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오로지 당뇨병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병의 관리가 의사의 손을 떠나서 환자의 자발적 협조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란 당뇨병이 거의 유일하다.
당뇨 환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또 있다. 집에서 혈당을 재는 경우는 보험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당뇨 관리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혈당을 측정할 때마다 아픔을 무릅쓰고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피를 흘려야 할 뿐 아니라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당뇨병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합병증 발생을 지연시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환자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다. 하지만 고혈압을 조절하려면 혈압을 재어야 하듯 높은 혈당을 조절하려면 혈당을 측정하고, 확인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 때문에 수시로 혈당을 재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환자들은 하소연한다.
자가 혈당 측정 행위가 건강보험 급여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의료진의 도움 없이 환자 스스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당뇨병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당관리를 위해 자가 혈당측정 교육을 먼저 실시하고 약물을 투여하는데도 환자가 스스로 하는 행위라서 건강보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혈당조절을 위해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의 경제적 고통은 이보다 더 크다. 주사용 인슐린은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만 주사바늘은 보험급여가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 환자들은 약값보다 바늘 값을 더 써야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현상을 겪고 있다.
의사들은 무작정 주사를 맞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책 없이 힘없는 당뇨 환자들을 윽박지르기만 하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뒷짐만 진 채 이를 방관하고 있다. 2011년부터 일부 환자들에게 보험급여를 하겠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당뇨 환자들의 2중, 3중의 서러움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당뇨병이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2∼3위를 차지하는 심장 및 뇌혈관 질환 발생의 주 원인이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하면 당장 개선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초기에 막으면 큰 돈 들이지 않고 해결할 일을 합병증이 생긴 다음 큰 돈 들여 막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박태선 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이사·전북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