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뒷심… 절친 김송희 울렸다

입력 2010-10-31 22:12

“지키는 것보다 따라가는 게 쉽다”고 말했던 최나연(23·SK텔레콤). “첫 우승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던 김송희(22·하이트). 통산 3승으로 우승을 어떻게 할 줄 아는 최나연과 무수히 많은 우승 기회를 날려버려 첫 우승에 목이 마른 김송희가 2라운드를 마친 뒤 한 얘기다.



31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 최종 3라운드. 두 선수의 운명은 최종일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선수는 투어 생활 중 연습라운드를 매일 같이하는 것은 물론 옷 사이즈도 서로 알 정도로 단짝 친구다. 10년여 동안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둘은 스윙, 멘탈, 웨이트 코치도 같을 뿐만 아니라 미국 올랜도에서도 옆집에 살고 있다.



챔피언 조에서 함께 플레이를 펼친 두 선수 중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결국 디펜딩 챔피언 최나연이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고 최나연은 전날 1타차를 극복하며 역전 우승을 일궈낸 반면, 멘탈 클리닉까지 받으며 ‘87전88기’에 도전한 김송희는 최종 라운드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며 다시 우승컵에서 멀어졌다.



팽팽한 승부는 9(403야드), 10(373야드), 11번홀(360야드·이상 파4) 3개 홀에서 결정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준우승만 네 차례 차지할 정도로 지독하게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김송희는 전날 단독 선두를 이어가며 8번홀까지 10언더파로 최나연과 한국계인 비키 허스트(미국)를 2타 차로 앞서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경기의 흐름은 9번홀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김송희는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파세이브에 실패하며 보기를 범한 반면 최나연은 2온에 성공하며 파에 성공한 것. 1타차로 좁혀진 상황에서 맞은 10번홀과 11번홀에서 최나연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10번홀 보기를 범한 김송희를 2타차로 따돌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최나연은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지난 7월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우승 후 3개월여 만에 시즌 2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한 시즌 2승. 최나연은 우승 상금 27만 달러를 챙겨 상금 174만2000달러로 신지애(22·159만9000달러)를 제치고 시즌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최나연은 “평소에 (김)송희에게 첫 우승 고비만 잘 넘기면 순조롭게 우승길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해준다”며 “플레이를 잘하는 친구인데 (이번에도 우승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7언더파 207타로 단독 3위에 오른 김송희는 “나연이가 첫 우승 후 플레이가 무척 차분해 졌다. 경기 후 (최나연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종도=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