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관 목사 로잔 10신(끝)-로잔대회가 한국교회에 주는 도전과 교훈

입력 2010-10-31 15:35


“로잔케이프타운2010대회”가 한국 교회에 주는 도전과 교훈

지구 최남단의 케이프타운에서 8일 간에 걸쳐 열린 제 3차 로잔총회(Lausanne CongressⅢ)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974년 스위스 로잔대회이후 36년, 1989년 마닐라 로잔대회 이후 21년 만에 열린 복음주의 최대의 선교 대회를 통해 필자는 많은 영적 도전과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믿음을 지키며 말과 혀로가 아니라 손과 발로 실천하며 총체적 선교의 삶을 사는 ‘하나님의 좋은 군사들’과의 만남과 교제를 통해 자성하고 회개하며 나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에딘버러선교대회가 열린지 백주년이 되는 금년은 한국 교회가 선교 125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교회사적으로나 선교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교회는 이제 주님의 지상명령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지 쓰임 받을 수 있는 대열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대 영적 제사장의 국가로 쓰임을 받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놓인 한국 교회를 향해 “로잔케이프타운대회”가 주는 영적 도전과 교훈이 있음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스도의 교회를 향한 부르심”(Calling the Church of Christ)이라는 주제 강의에서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 Wright) 박사(전 로잔 신학위원회 의장, 현 랭함국제파트너십 대표)는 오늘날 교회와 영적 지도자들이 마땅히 추구해야할 세 가지 덕목을, “HIS”라는 영어 단어의 이니셜로 표현하였다. “로잔케이프타운서약(The Cape Town Commitment)”의 입안자이기도 한 그는 “겸손(Humility), 정직(Integrity), 단순(Simplicity), 이 세 가지야말로 로잔언약이 지상 교회에 던지는 도전이며 성경에서 다루고 있는 일관된 주제이자 경고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 세 가지와 반대되는 권력(Power), 성공(Sucess), 탐욕(Greed)을 교회 지도자들이 빠지기 쉬운 3대 우상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강조한 세 가지 의 권면을 통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영적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부족하지만 총 아홉 번에 걸친 “로잔리포트”를 마감하면서 필자가 느낀 소견의 일단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겸손함(Humility)이다.

이는 권력(Power)과 상치되는 개념이다. 한국 교회는 세계 교회사에 남을 만한 영적 부흥의 경험을 가진 나라이다. 또한 교회 부흥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짧은 기간에 고도의 양적 성장도 이루었다. 문제는 이를 자랑하거나 뽐내는 겸손하지 못한 자세이다. 교회 지도자들 가운데 은연중 교인수를 들먹이며 마치 자신의 권력과 힘을 과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겸손과는 거리가 먼, 엄밀히 말하면 권력(Power) 지향적 언행이라고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의 낮은 자들을 섬기기 위해 눈높이를 낮추어 성육신하신 분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더욱 낮아지고 겸손해야 한다. 여러 세계선교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보고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오랜 역사를 가진 국제선교단체나 저명한 교회의 지도자들일수록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모든 프로그램에 성실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동참한다는 사실이다. 성경적 삶이 없는 성경적 선교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둘째, 정직함(Integrity)이다.

이를 온전함, 무흠(無欠)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색욕(色慾), 물욕(物慾)을 포함해 육신의 정욕이나 탐욕(Greed)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바울 사도가 늘 경계하고 자신에게서 멀리한 것들로서 성령의 소욕과 상반되는 것이다. 흔히 대형 교회를 담임하거나 인기 높은 목회자가 되면서부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첫사랑과 소명자로서의 초심을 점점 망각하게 된다. 성령의 소욕을 빙자한 인간의 욕망이야말로 급기야 죄에 대해 화인(火印)맞은 심령으로 전락케 만드는 21세기 에덴동산의 선악과(善惡果)들이다. 한국 교회와 지도자들이 이와 같은 사단의 유혹과 덫에서 훌쩍 벗어나 하나님과 자신에 대한 정직함과 온전함으로 거듭날 때, 주께서 쓰시기에 깨끗한 그릇으로, 합당한 영적 제사장으로서 남이 갖지 못하는 특권과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단순함(Simplicity)이다.

복잡함(Complexity), 번잡함(Troublesomeness)과 상치되는 개념이다. 이는 성공과 자기 과시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자기보다 잘 되는 타인을 곱게 바라보지 못한다거나, 이웃의 성공을 나의 실패로 받아드리는 사람들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교회와 지도자들은“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7:3)”며 바리새인들을 꾸짖으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너무 똑똑해서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좀더 어수룩하고 바보스러워져야 한다. 한국 교회가 세계선교에 기여하고 세계 교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 안에서부터 먼저 화해와 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일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하고 단순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세계 선교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인(Cosmopolitan)으로서의 소양(素養)을 길러야 한다. 영어를 비롯한 국제적 공용 언어와 타문화(Cross culture)에 대한 이해와 견문을 넓혀야 한다. 세상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영혼을 구하는 일에 부름 받은 자로서 더 말할 나위가 있을까?

흔히 선교(宣敎)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영적부흥의 경험, 경제력, 인적(선교) 자원, 이 세 가지가 갖추어질 때, 세계선교를 주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과거 세계 선교사(宣敎史)를 돌아볼 때, 일리(一理)가 있는 말이라고 본다. 감사하게도 오늘날 한국 교회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평양 대부흥, G20 개최국, 선교사파송 제 2위 국가, 이 밖에도 주님께서는 근세사의 영욕(榮辱) 속에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가난에 처할 줄도 풍부에 처할 줄도 알게 하심으로 ‘전천후 선교사’로서 연단하시고 훈련시키셨다. 또한 전 세계로 흩으신 7백만 디아스포라와 그들이 세운 교회, 새벽기도와 제자훈련, 성령운동, 선교 열정, 한국교회의 영성과 신학 등 풍성한 영적 열매들을 허락해주셨다.

지금 우리는 주의 재림이 임박한 말세지말(末世之末)을 살고 있다. 복음의 추수기에 희어진 들판을 바라보시며 사방에 나가 추수할 일군을 찾고 계시는 주님의 모습을 영적인 눈으로 바라보아야만 한다. 이와 같은 때에 한국 교회가 겸손함과 정직함과 단순함으로 거듭나, 마치 여름타작 마당에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얼음냉수처럼 귀히 사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해본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2:13).

유승관 목사(로잔전략위원, 사랑의교회 세계선교부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