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이냐 비대위냐…‘신한’ 회생 판가름
입력 2010-10-29 22:53
내분 사태로 상처를 입은 신한금융지주가 30일 이사회를 열고 ‘포스트 라응찬’ 체제의 일면을 드러낸다. 이미 라 회장은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이사회는 내·외부 인사를 통한 회장직무대행 선출이냐 그룹 내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사태 수습에 성공할지, 굳건했던 지배구조가 붕괴된 채 외부 인사 수혈에 기대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지는 이사회 결과에 달렸다.
신한금융은 이사회에서 라 회장의 후계 구도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라 회장이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 이사회는 곧바로 대표이사 회장 직무대행 선임을 논의할 전망이다.
직무대행 후보로는 류시열 비상근 사내이사가 유력하다. 사외이사 가운데 일부가 전격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류 이사는 금융업 전반에 정통하지만 라 회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수뇌부 동반사퇴를 주장하는 재일교포 주주들은 류 이사를 반대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발탁될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사외이사직을 사퇴하면 상근 임직원을 맡을 수 있다. 회장 직무대행을 하는 데 문제는 없다. 다만 라 회장과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수뇌부 3인 퇴진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사외이사들까지 흔들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일단 신한금융은 일부 사외이사에게 회장 직무대행 의사를 타진했지만 대부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사장 측은 노조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비대위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그룹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아 사태를 봉합하려했다가는 후폭풍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신 사장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후 복귀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상당수 재일교포 주주들은 비대위 구성에 동조하고 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비대위 구성을 주장하면 이사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내분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금융지주사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는 기대가 사내에서 매우 높다”면서 “이사회가 파행으로 끝날 경우 자체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금융당국이 전방위로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사회에서는 재일교포 주주가 과거 신한은행에 전달한 기탁금 5억원의 처리 과정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노조는 최근 재일교포 주주들이 지난해 4월 은행에 전달한 5억원 가운데 수억원이 유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한금융 감사위원회는 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이사회에서 보고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