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6·25 전쟁’ 개념은… 남한의 북침 아닌 미군의 침략

입력 2010-10-29 17:59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은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반박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이 28일 “시 부주석의 발언이 중국 정부의 정론”이라고 거듭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론은 무엇인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27일 동시에 게재한 인민해방군 현직 소장 쉬옌(徐焰) 국방대학 교수의 한국전쟁 관련 기고문은 이를 잘 설명한다. 시 부주석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당정을 대변하는 언론이 중국 정부의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쉬 교수는 기고문에서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전쟁은 ‘내전’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틀 뒤인 6월 27일 미군이 참전하고 중국이 안보에 위협을 느낌으로써 그해 10월 인민지원군을 보낸 것이 ‘항미원조전쟁’이라고 강조한다. 시기적으로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까지이지만, 항미원조전쟁은 중국 지원군이 출병한 1950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로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미원조전쟁은 미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북한으로 진군함에 따라 동북지방 안보에 위협을 느낀 중국이 침략에 대항한 전쟁이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시 부주석의 발언 중 ‘침략’이란 용어가 남한의 북침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아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항미원조전쟁과 한국전쟁은 구분돼야 하며 여기서 특히 ‘침략’은 미군의 침략을 뜻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한편으론 북한을 옹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참전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한국을 비롯한 서방의 시각이다. 또 당시 미군은 유엔 결의에 따라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남침인지, 북침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스탈린의 승인으로 김일성이 남침을 감행해 전쟁이 일어났다는 러시아 기밀문건이 폭로되면서 대부분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남침에 무게를 두고 있다. 쉬 교수도 기고문에서 “한국전쟁의 발단은 러시아가 공개한 기밀문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다”고 밝혀 북한의 남침을 사실상 인정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