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 “달리 할 사람 없다면” 단서 달긴 했지만 사실상 美 대선 출마 선언

입력 2010-10-29 17:58

미국 워싱턴의 뉴스메이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2012년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28일(현지시간) CBS 방송이 배급하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아직 결심을 하지는 않았지만, 달리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가 자신의 입으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자신의 출마 여부가 “어려운 선택을 피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비평을 개의치 않는 후보가 있느냐에 달렸다”며 “정치 지형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것이라고 보고 있다.

페일린 전 주지사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전국적인 선거 지원 유세를 가졌고, 특히 공화당 내 주류보다 더 보수적인 티파티 후보들의 ‘후견인’ 역할을 한 것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는 게 미 언론들의 시각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대중적으로 인기는 있지만, 공화당 내 잠재적 대선 후보 중에선 여론의 비호감도도 가장 높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보수 진영 내 선거 전략가인 칼 로브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자질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페일린 전 주지사가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선을 갖다 바치는 것이라는 냉소적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티파티 후보들이 많이 당선돼 공화당 내 세력 분포가 바뀌면, 그의 정치적 힘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페일린 논란’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