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시중에 돈 풀기 서두른다
입력 2010-10-29 22:54
일본은행이 차기 통화정책회의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기회동일인 다음 달 3일 직후인 4∼5일 중에 열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당초 차기 통화정책회의를 다음 달 15∼16일쯤 개최할 예정이었다. 일본은행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회의를 서두르는 건 양적 완화를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는 만약 연준이 대규모의 추가 금융 완화를 단행하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급변할 경우 일본은행도 최대한 빨리 추가 완화를 시도할 태세가 돼 있음을 명백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연준은 정기회동일을 앞둔 현재까지도 양적 완화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양적 완화를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칭하면서 “연준이 자산을 매입하면 버블이 생기고 4∼5년 안에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단기적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며 “더 많은 조치들이 강구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은행은 지난 5일에도 사실상의 ‘제로 금리’ 유지와 함께 채권 매입에 5조엔을 더 투입하는 내용의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은행의 내부 보고서는 “5조엔을 추가로 풀어봐야 뭔가를 성취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규모”라며 “현재 심각한 상황인 일본의 여건을 감안할 때 100조엔이 더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동원 가능한 모든 자금을 언제라도 풀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와 관련, 시티그룹 측은 일본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의 경기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이 앞서 밝힌 5조엔의 추가 양적 완화로는 턱도 없으며 100조엔은 투입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티그룹의 윌렘 뷔터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28일자 고객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엄청난 디플레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게 필요할 것 같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동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