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하나금융, ‘錢의 전쟁’ 막 올랐다

입력 2010-10-29 18:32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닻을 올렸다. 정부는 30일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낸다. 2001년 4월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우리금융지주를 설립한 지 9년여 만이다.



정부는 매각 조건으로 ‘지분 4% 이상 인수 또는 합병’을 내걸었다. 다양한 투자자를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합병을 희망하는 하나금융그룹, 지분 분산매각을 추진하는 우리금융그룹조차 ‘돈줄’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에 숨은 의미=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9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와 우리금융지주가 보유한 경남·광주은행 지분 100%의 매각공고를 30일자 조간신문에 내기로 결정했다. 예보는 다음 달 26일까지 입찰참가의향서를 받는다. 이어 12월 초 예비입찰을 거쳐 연말까지 최종입찰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시장은 최소 입찰 규모인 4%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2002년 조흥은행 매각 때 제시했던 조건과 동일하다. 당시 비금융 주력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가 4%였다. 최근에는 법 개정으로 소유한도가 9% 이상으로 바뀌었다. 다만 산업자본이 4% 이상을 취득하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자본이 경영권을 위해 지주사 지분을 4% 이상 취득할 때에도 금융위에 사후 보고해야 한다.

즉 4%가 인수 의사를 갖고 있는 투자자를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또 최소한 28.5%(예보 보유 지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치)라도 팔아서 민영화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비입찰에서 지분 4%를 인수하겠다는 매수자가 있다면 우리금융이나 하나금융이 접촉해 자신의 컨소시엄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 재무적 투자자를 쉽게 유치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의 전쟁’ 시작됐다=강력한 인수 후보자(하나금융, 우리금융)에게 최대 관건은 재무적 투자자를 누가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다. 경영권 프리미엄(통상 기업가치의 20%)까지 감안해 최대 7조원에 이르는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내부 보유현금과 유상증자, 재무적 투자자금을 합쳐 지분 30%를 인수할 생각이다. 이 경우 4조원 정도 필요하다. 내부 보유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167억원이다. 하나금융은 이후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주식을 일정비율에 따라 맞교환해 합병을 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1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보유지분을 팔고 나가면서 기존 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는 물론 투자자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긍정적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재무적 투자자 4∼5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4∼9%씩 분산 인수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 관계가 있는 대기업(KT, 포스코, 한국전력 등)은 물론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접촉하고 있다. 개인 거액 자산가까지 잠재적 투자자 명단에 올려놓았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1조원 안팎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