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 정상회담 서둔다고 될 일 아니다
입력 2010-10-29 17:27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우리는 항상 대화할 자세를 갖고 있고, 계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원 원장은 남북관계 개선 문제와 관련해 “보다 큰 틀의 시도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하고 “그러나 현재 진척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꼭 1년 전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대북 접촉을 가졌으나 성과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영국 BBC와의 회견에서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 섞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3월 말 천안함 사건이 터지면서 정상회담 얘기는 쏙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국정원장이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기 위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나쁘지 않다. 대화 및 교류·협력이 단절된 현 상황은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 달리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회담이 추진되고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회담을 추진하는 게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그 이유와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회담에서 성과도 낼 수 있다.
회담을 추진하면서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천안함 폭침과 금강산 관광객 저격·살해 문제다. 정부는 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남북관계를 한 발짝도 진전시킬 수 없다는 점을 국민 앞에 다짐했었다. 그런데 북한은 아직 사과는커녕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에 덥석 합의해 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일과성, 이벤트성 회담이 되지 않도록 추진 과정에서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했음에도 남북관계가 또 다시 경색된 것은 양측 모두 회담에 임하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었기 때문이다. 북핵 해결 방안 같은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을 때 회담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