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문지방 넘기’ 시리즈 낸 오종윤 목사, “성경이 어렵다? 판소리처럼 구수하게 풀었죠”

입력 2010-10-29 18:46


“우스갯소리 중에 충청도 사람들은 ‘아버지, 그리루 돌 굴러 가유~’ 한다는 게 있지요? 이것이 바로 구약 예언서의 핵심 목표 중 하나입니다.” 생뚱맞다 싶으면서도 귀가 솔깃해진다. “요한계시록이 어려운 건 ‘거시기 책’이기 때문이에요. 전라도 사람들이 대놓고 말하기 뭣하면 ‘거시기’라고 하잖아요? 알아듣는 사람은 다 알아들으니까요. 요한계시록도 로마 제국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묵시와 상징을 사용한 것이에요.”

군산 옥구읍 대은교회 오종윤(51·사진) 목사는 이런 식의 ‘구수한 성경 해설’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출판사에서 2008년 펴낸 ‘구약 문지방 넘기’는 발간 직후 4쇄까지 찍는 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교단 내에서 대은교회는 몰라도 이 책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번에 ‘신약 문지방 넘기’까지 펴낸 오 목사를 지난 27일 서울 용산에서 만났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생들에게 성경 강의를 하러 올라온 길이라고 했다.

오 목사는 자신을 “허리 구부렁한 노인이 태반인 농촌교회 목사”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것이 성경 해설서를 쓰게 된 이유라고 했다. “평신도들은 성경 전체를 자세히 알고 싶다는 열망이 대단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돼서 이 책 저 책 사 보지만 어렵긴 마찬가지라 절망하곤 하지요.”

구약 예언서를 전공한 그에게는 “성경은 어렵지 않다”는 확신이 있었다. “성경 저자들은 교수가 강의하듯 ‘알아들으려면 듣고’ 식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잘 알아듣도록 당시 문화와 언어를 최대한 활용했어요. 예수님만 해도 얼마나 많은 비유를 사용하셨습니까. 이를 우리 문화와 언어에 가깝게 설명하려는 노력은 교회가, 목회자가 꼭 해야 할 일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오 목사는 독학으로 동양철학과 판소리, 창가, 풍자문학, 속담 등을 공부했다. 최대한 우리 정서에 맞게, 쉬운 말로 성경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대표적인 것이 구약 ‘미가’의 1장 10절 이하에 대한 설명이다. “가드에 알리지 말며… 베들레아브라에서 티끌에 굴렀도다 사빌 주민아 너는 벗은 몸에 수치를 무릅쓰고…” 등은 그냥 읽어서는 도무지 뜻을 알 수 없다. 오 목사는 먼저 히브리어로 가드는 ‘선포’, 베들레아브라는 ‘티끌’, 사빌은 ‘수치’라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또 이들은 미가가 살았던 동네에서 볼 때 앗수르 군대가 자주 쳐들어 왔던 경로의 지역 이름들이다. 이를 ‘말놀이’로 전하면서 전쟁의 참상을 강조한 것이다. 오 목사는 이를 호남 지역 지명으로 엮은 판소리 단가 ‘호남가’와 연결지어 설명한다.

이밖에도 히브리서는 ‘뒤로 도망가는 것’이 특징인 가재를 빗대 “가재 신앙을 가진 성도들을 겁 줬다가, 어르고 달랬다 하면서 예수님만 바라보도록 하는 책”이라고 하고, 열왕기서는 왕과 예언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게 판소리에서 창과 아니리가 반복되는 것과 같다고 하는 등 어떻게든 우리 정서에 가깝게 해설하려는 노력이 책 곳곳에서 보인다.

또 오 목사는 평신도들이 성경을 자세히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바른 신앙생활을 위해’라고 말했다. “성경을 안 읽으니까 교회가 성공제일주의, 기복주의로 빠지는 겁니다. 자세히 읽어보세요. 그런 내용은 눈 씻고 봐도 없습니다.”

오 목사는 앞으로 더 자세히 성경을 해설하는 책과 교재를 목회자용과 평신도용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제 책이 아무리 자세해도 그것만 읽고 말면 안 돼요. 성경을 읽어야지요.”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