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 부모 유골까지 훔친 50대남자의 '강박증'

입력 2010-10-29 12:13

[쿠키 사회] 헤어진 동거녀에게 비정상적인 집착 증세를 보이던 50대 남자가 그녀의 부모 유골까지 훔친 '사이코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분묘발굴 및 사체 등 영득 혐의 등으로 정모(55·노동)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7월 초 오후 4시~다음날 오전 7시 사이 전북 군산시에 있는 동거녀 박모(56·여)씨 부모(부:2001년 사망, 모:1994년 사망)의 묘지를 파헤쳐 유골 2구를 훔치고서 집에 있는 김치통에 최근까지 보관해온 혐의다.

정씨와 박씨는 한번씩 결혼에 실패하고 만나서 12년간 단 둘이 동거를 해온 사이였다. 정씨는 박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하며 사소한 일상생활까지 집착해온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일정한 직업없이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생활하던 정씨의 의처증세와 잦은 폭행에 박씨는 2007년 12월 정씨와 살던 양평의 집을 나가 버렸다.

정씨는 박씨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누구냐'고 캐묻고 친구를 만나고 집에 오면 '다른 남자 만나는 것 아니냐'며 남자관계를 의심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경찰에서 "더이상 같이 살 수가 없어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의 정씨에 대한 집착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지난 3~4월에는 충남 공주의 노래방에서 카운터를 보는 박씨가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인근 모텔 302호에 장기투숙을 했는데 정씨가 이를 알고 옆 방(303호)에 묵으며 한달간 박씨의 생활을 몰래 엿보기도 했다.

지어 박씨가 묵던 방에 몰래 들어가 50여만원이 든 박씨의 지갑을 훔쳤다가 이를 의심한 박씨가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30만원을 송금해 돌려주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다 정씨는 지난 7월 초 오후 4시~다음날 오전 7시 사이 전북 군산시에 있는 박씨 부모(부:2001년 사망, 모:1994년 사망)의 묘지를 파헤쳐 유골 2구를 훔쳤다.

정씨는 지렛대와 삽 등으로 분묘의 둘레석을 부수고 봉분을 3m가량 파낸 뒤 석관 안에 있는 2구의 유해를 모두 꺼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후 '부모 유골을 보관하고 있다. 너를 잊기 어렵다' 등의 내용과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 이메일을 두차례에 걸쳐 박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정씨는 화장하려고 유골을 빼냈는데 형편이 어려워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정씨가 훔친 유골을 볼모로 박씨와 관계를 회복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개인적 앙심을 풀기 위해 무덤까지 파헤쳐 유골을 영득한 행위는 우리 사회통념상 절대 용납받을 수 없는 행위"라며 "유족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정씨는 화장을 시킬 의도였다며 뻔뻔스런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