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중나모 압수수색 배경… 여권에 ‘공정 잣대’ 들이대며 천신일 회장엔 귀국 압박用

입력 2010-10-28 21:50


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집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천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라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관련 의혹을 빨리 털고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구여권 정치인 다수가 C&그룹 수사 대상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검찰이 현 여권에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28일 “천 회장이 지난 8월 일본으로 출국할 당시 천 회장 스스로도 검찰에 불려 가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야당이 국정감사에서 천 회장을 타깃으로 삼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국감을 피해 해외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검찰은 천 회장이 해외로 출국한 뒤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구속)의 진술과 천 회장 주변 조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상당히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이 세중나모여행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천 회장에 대한 기존 수사를 보강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5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은 천 회장의 자택과 세중나모여행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천 회장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따라서 한 번 압수수색을 경험한 천 회장이 사무실에 중요한 자료를 놔두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해외에 머물고 있는 천 회장에게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귀국하라’는 압박용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는 천 회장을 ‘입국 시 통보’ 대상자로 분류했다. 천 회장이 인천공항 등을 통해 귀국하면 그 즉시 검찰 수사팀에 입국 사실이 통보된다. 검찰은 천 회장의 입국 일정을 꾸준히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천 회장의 귀국 날짜가 확정되면 곧바로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 청구 등을 통해 신병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히 신병확보 차원일 수 있지만 검찰이 이미 다양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어서 천 회장이 사법처리를 피해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역대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압수수색까지 당한 인사가 법망을 피해간 경우는 많지 않다. 천 회장이 1943년생으로 고령이고 지병이 있지만 임천공업으로부터 받은 돈이 40억원대로 너무 커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