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자회사 대투증권 사옥 매각 결정… 절묘한 절세?
입력 2010-10-29 10:15
‘교묘한 절세냐, 하나대투증권 죽이기냐.’
하나금융지주가 자회사인 하나대투증권 사옥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하나금융의 ‘세(稅)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28일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사옥을 매각하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측은 부동산 시세 차익과 올해 말까지 유효한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한 재테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절세를 위한 매각이라는 것.
그러나 금융업계에는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위한 ‘실탄’(자금) 확보라는 시각이 많다. 인수 성공 뒤 하나대투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까지 제기되며 뒷말이 무성하다.
◇절세의 귀재=장부가액이 1190억원인 서울 여의도 소재 하나대투 사옥은 현재 시세로 치면 3000억원 내외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차익만 약 1800억원이다. 게다가 2005년 대한투자신탁(하나대투 전신)을 인수하면서 얻은 법인세 감면 혜택이 사옥 매각에도 적용돼 추가로 430억원가량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하나대투의 당기순이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쏠쏠하게 누렸다. 2005년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대한투자신탁을 인수하는 대가로 5년간 당기순이익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얻었기 때문. 하나대투는 인수 직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78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에 따른 법인세 감면 이득만 거의 1900억원에 이른다.
하나금융의 절세 전력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하나금융은 2002년 서울은행 합병 때도 적자였던 금융기관을 인수한다는 명목으로 법인세 감면을 받았다. 당시 절세 규모만 4400억원에 달해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서울은행과 대한투자신탁 인수로 금융지주사 기반을 다졌고, 이들 알짜배기 금융기관 인수·합병(M&A)으로 엄청난 법인세 혜택을 봤다. 금융업계에서 절세의 귀재로 불리는 이유다.
◇하나대투 매각 수순?=그러나 이번 사옥 매각이 절세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 강하다.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를 노렸다는 것. 최근 하나금융은 최대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나가면서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종민 하나대투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 인수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사옥 매각 배경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하나대투증권 매각을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금융 인수가 성공할 경우 하나금융은 하나대투와 우리투자증권, 두 개의 대형 증권사를 안게 된다. 둘 다 가져갈 순 없기 때문에 매각 내지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하나대투 사측은 “사옥 매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뿐 하나대투 매각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노조가 방향을 잘못 짚었다고 해명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