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 기업 160여곳만 ‘추가대출’

입력 2010-10-28 21:26

정부는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로 손실을 본 738개 기업 가운데 160여곳만 내년 6월까지 금융기관의 추가자금 대출과 출자전환을 통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이 대책을 오히려 키코 손실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퇴출용도로 사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8일 발표한 ‘키코 계약기업지원 방안’에 따르면 자금 대출과 출자전환 지원 대상이 키코 손실액이 자기자본 10% 이상인 기업이면서 성장성은 있으나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으로 한정됐다.

지금까지 3조2000억원의 손실을 낸 전체 738개 기업 가운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 270곳, 부도로 실태 파악이 안 된 80곳, 재무구조가 정상으로 파악된 160곳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이들을 뺀 160여개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3% 이상이면서 키코 손실액을 제외한 부채비율 250% 이하인 120여개 기업에 대해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기업당 50억원 범위 내에서 40% 보증을 지원키로 했다. 나머지 재무구조가 취약해 신규자금 대출로는 회생이 어려운 40여곳은 기존 대출금을 출자전환 받는다. 부채비율 350%를 초과하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0배 미만인 기업이다. 아울러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60곳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긴급 경영안정자금 200억원이 지원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체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키코가 아니라면 성장이 가능했을 기업을 선별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회생불가능한 기업은 제외시켜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키코 계약으로 경영이 악화된 기업들을 일방적인 잣대로 퇴출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키코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대책은 키코 손실로 경영 여건이 극도로 악화된 데다 신용등급 하락과 이자 부담 등으로 회생이 어려운 업체들을 돕기 위한 대책이 아니다”며 “결국 대부분 기업들은 워크아웃이나 줄도산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