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기초한 모성론 펴는 이화여대 백소영 교수
입력 2010-10-28 11:04
“여대를 나오고 페미니즘 공부를 6년 내내 해왔지만 제 삶의 현장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어요. 출산과 양육은 개인 문제인줄로만 알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백소영(42·신학박사) 연구교수는 온전히 엄마로만 살아온 7년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다. 30여 년간 현대교육을 받았지만 봉건적인 엄마 되기에 대해 따로 배운 적이 없었던 그에게 7년은 모성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달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주최한 ‘여성의 몸과 모성에 대한 교회의 성찰과 대응’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섰던 백 교수를 최근 만났다.
백 교수는 1994년 미국 보스턴대로 유학, 97년 결혼했다. 아이를 낳을 무렵 남편 직장을 따라 댈러스로 이사했다.
“환경도 전혀 다르고 학교를 떠났기 때문에 자료로부터도 멀어졌어요. 물론 선생님, 동료 등 모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 완전히 아이 엄마로만 7년을 살았지요.”
그곳에 살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아줌마들을 만났다. 그는 뭔가 다를 것 같았던 다른 나라 아줌마들이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음에 적잖이 놀랐다.
“언어, 피부색깔이 다른데도 모두가 공감하는 한가지가 있었어요. 바로 공허함이었지요. 아줌마들은 모두 허한 눈빛의 소유자들이었어요.”
그들은 하나같이 유학 와 자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결혼, 애 낳고 졸지에 엄마가 된 사람들이었다. 백 교수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 그러나 그는 독기로 버텼다. 논문도 거북이처럼 오래 썼다. 밤에 1~2시간 쓰는 게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논문을 쓰는 동안 둘째를 자연유산했다. 실의에 빠진 그에게 가장 큰 비난을 퍼부은 곳은 다름 아닌 교회였다.
“같은 교회 성도들이 ‘왜 이렇게 독기를 부리느냐, 엄마로서 덕목을 갖추지 못했다, 엄마는 다 주고 희생하는 사람인데 너는 아직도 너를 못 버렸다’며 비난을 퍼부었어요.”
백 교수는 이때 교회가 아직도 봉건적으로 여성의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하고 있음을 확연히 깨달았다.
그런 일련의 시련을 겪으며 2003년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은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가사와 육아에 무관심했다. 당시에는 남편의 이런 태도에 분노가 쌓였다, 그러나 점차 남편도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불쌍한 사람이었음을 이해하게 됐다. 2005년 남편이 한국에 직장을 얻게 돼 귀국했다. 백 교수는 1년간 아이의 한국 적응을 돕는데 전념했다.
이듬해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미친 듯이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며 ‘엄마되기 아프거나 미치거나’를 출간했다. 책 출간을 계기로 교회에서 어머니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는 자리도 많아졌다. 백 교수는 강의에서 교회의 모성에 대한 이해가 반성서적임을 지적하며 크리스천들이 모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강에서 두 가지 포인트를 지적한다. 먼저 사람들이 지금까지 받아왔던 교육과 자신들의 능력과는 상당히 불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모성에 대해 교회가 일반론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성경 말씀은 서로 다름을 설명한다.
남자들이 가부장적인 배경 하에서 성경을 썼기 때문에 오늘의 시점에서 성경을 해석할 때에는 가부장적인 색채를 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이 이르시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중략/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란 창세기 1장26~27절을 인용하면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면 여성도 하나님의 능력을 조금씩은 받고 태어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럼에도 교회에서 여성들에게 오로지 보조자의 삶만 살 것을 강요받는다. 백 교수는 바로 이것이 비성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서를 바탕으로 교회의 가정사역 교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삶의 현장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은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백 교수는 “교회와 유교문화가 만든 모성에 대한 전근대적인 담론 때문에 크리스천 여성들은 어느 순간 ‘나 되기’를 그치게 된다”며 “나를 찾아가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글·사진=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