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권 ‘부자감세-親서민’ 딜레마
입력 2010-10-28 21:51
‘MB노믹스’ 표류하나
부자감세 철회를 둘러싼 회오리바람이 정치권을 휩쓸고 있지만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말하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고, 이슈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해프닝으로 끝난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감세 정책에 대해 줄곧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기업 투자, 개인 소비가 활성화돼야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결국 감세 정책이 ‘MB노믹스’의 근간인 셈이다. 청와대에서 부자감세 철회 논란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해프닝이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성장 지향의 ‘7·4·7정책(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 대신 ‘친서민·중도실용’ 기조로 돌아선 만큼 부자감세 철회도 그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변화에 방점이 찍히는 부분이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중산층과 서민을 껴안아야 한다는 논리가 당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한나라당은 서민정책특위 등을 통해 진일보한 개혁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부자감세 철회를 제안한 정두언 최고위원은 “소득세 감세 철회는 굳어졌고 법인세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소득세 감세 철회에 대한 당내 논의에 자신감을 피력한 셈이다.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초선 모임 ‘민본21’도 “당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성태 의원은 “부자감세는 ‘친서민’과 ‘공정사회’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에 결단을 촉구했다. 서둘러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른 시간에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직자는 “정책위가 기획재정부 등과 당정협의를 하겠지만 내년 이후 경제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는 식으로 결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론을 내리는 시점이 미뤄진다면 당의 입김이 더 세진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줄어들수록 당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감세가 부자를 위한 게 아니라며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감세=부자를 위한 정책’이란 인식은 확산되고 있다. 친서민·공정사회와 공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MB노믹스’가 줄줄이 틀어졌던 와중에도 자존심처럼 버텨왔던 감세 정책이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정승훈 남도영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