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세계식량계획 조셋 시런 사무총장 방한 “北 취약계층 아이들 영양실조 심각”

입력 2010-10-28 18:50

“북한 취약계층 아이들의 영양실조가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조셋 시런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영·유아 중 250만명이 WFP의 지원 대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4500만 달러의 예산과 7만5000t의 식량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어떤 지역에는 35∼40%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충분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WFP는 지금까지 필요한 예산의 20% 정도밖에 모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런 사무총장은 “기아를 극복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것은 정부의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의무”라면서 “특히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어린이들의 권리이며 건강한 신체 발육을 위해서는 어린이들의 영양 공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런 사무총장은 앞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면담하고 기아·빈곤 퇴치 사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여 확대를 요청했다. 시런 사무총장은 WFP가 북한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산부와 영·유아에 대한 영양 강화식품 생산사업 등을 소개하며 한국 측의 협조를 구했다. WFP는 북한 아동 67만1000명을 지원하고 있다.

김 장관은 순수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지만 식량 보급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대규모 지원은 어렵다는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시런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정책의 정치적 민감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시런 사무총장은 방북 일정과 관련, “북한의 고위급 관리를 만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근무하는 WFP 직원들을 만나고 직접 기아와 영양실조 문제의 실상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시런 사무총장은 이날 출국해 중국을 방문한 뒤 북한에도 들어간다. 북한에서는 이틀 정도 머무를 계획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