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폭풍전야… C&그룹 연루설 與의원 펄쩍-野 “중진인사 소환되나” 후들
입력 2010-10-28 21:53
“검찰發 사정태풍 진로는…” 정치권 전전긍긍
검찰의 기업 비리 수사과정에서 연일 여야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정치권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임병석 C&그룹 회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금융권 대출 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은 28일 강하게 부인했다.
임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L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주 보거나 만난 사이는 아니다”면서 “다만 친분이 있기 때문에 C&그룹이 어렵다는 얘기를 나눈 적은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L의원은 “친분이 있고, 내가 금융권과 관련 있는 상임위 소속이기 때문에 오해 받을 소지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금융감독원이나 은행권에 대출을 하도록 만든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임 회장이) 2008년 초 후원금을 보낸 적이 있지만 모두 영수증 처리를 했다”고 했다.
로비 대상자로 지목된 다른 L의원은 펄쩍 뛰었다. 그는 “C&이란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고, 회장이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허위 사실 유포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여당 분위기는 복잡하다. 겉으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정한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안형환 대변인은 “여야는 물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행여 불똥이 여권으로 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수사에 대한 불만 기류도 읽힌다. 한 중진 의원은 “검찰에서 거론된 의원들이 금융권 청탁 등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런저런 이름이 흘러나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검찰이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당 인사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천 회장 관련 수사를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대통령 보고 사항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당 관계자는 “천 회장이 대선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친이계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워 이 수사 역시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근에까지 검찰의 칼날이 바짝 다가서자 야권도 바짝 긴장하는 기색이다. C&그룹과 관련해 로비 대상자로 거론됐던 야당 중진에 대한 소환이 조만간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특히 검찰 수사의 정치적 배경이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의원은 “검찰 수사가 개헌 압박용이 아닌가 했는데, 이제는 정기국회에서 4대강 예산을 제때 통과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다른 그룹 수사와 달리 검찰이 C&그룹과 과거 인연을 이유로, 구 여권 인사들을 엮어 넣으려고 하는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일부 인사는 C&그룹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여권 간 조율이나 교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민주당은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사정이란 명분으로 정치 보복이나 야당 탄압 차원에서 수사가 이뤄지면 국민들과 함께 맞서 싸울 것”이라고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
하지만 당 내외에선 여론 호응이 높은 기업비리 수사를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어 속으로만 앓고 있는 눈치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