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2010년초부터 계좌추적… ‘대가행위’에 초점 맞춰
입력 2010-10-28 21:47
검찰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로비사건을 전형적인 ‘정실(情實)형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특정 이익단체의 청탁을 받고 법안을 제출하거나 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청부 입법’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사회 기조와도 배치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 적용 가능’=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태철)는 청목회가 국회의원들에게 건넨 돈의 성격과 흐름을 이미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개월 전부터 청목회 주요 간부들과 로비대상 의원 등의 계좌를 추적했고 청목회 회원 명의로 의원 후원계좌 등에 돈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소액으로 쪼개져 후원회 계좌로 입금된 로비자금 규모와 개별 의원들이 받은 돈의 액수도 윤곽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이 청목회 관계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로비를 받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남에 따라 법 개정에 깊숙이 개입한 몇몇 의원의 사법처리를 자신하고 있다. 정치인이 절차나 내용 등 요건을 갖추지 않고 후원금을 받으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그러나 영수증 처리됐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쳤더라도 직무행위 대가로 후원금을 받으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의원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청목회 측은 “단체가 아닌 회원 개인의 순수한 후원금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청목회가 회원의 돈을 걷은 뒤 회원 명의로 후원금을 냈고, 의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후원금은 받았지만 로비 성격은 아니다”=청원경찰법 개정안 발의와 법안 심의에 관여한 의원들은 한결같이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규식 의원 측은 “행안위 의원들이 청목회 회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개인 후원금 성격으로, 이 정도가 걸리면 의원 모두가 (정치자금법에)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표 발의자인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실은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청목회 회원들과 몇 차례 만나기는 했다”며 “그러나 후원금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공동 발의자인 선진당 김창수 의원실은 “친분 있는 의원실에서 개정안을 발의하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해 ‘품앗이’ 정도로 생각해 참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임영호 의원실도 “같은 동기 의원이라 발의에 참여했다”며 “관련 공청회에도 참가하지 않는 등 청목회 회원들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8일 청목회로부터 청원경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감사패를 받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실 역시 “의도적으로 후원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실은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던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무 행위 대가의 개연성이 커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의혹은 대상이나 지위를 가리지 않고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청목회는 주요 공공기관과 시설의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청원경찰의 친목회 성격의 조직으로 전국 시·군·읍 단위까지 지부를 두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나 법원·검찰의 기능직 공무원과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처우는 열악해 법 개정을 꾸준히 추진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