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법 ‘허점’ 어떻게 보완될까… ‘차명 당사자 처벌’ 조항 신설할 듯
입력 2010-10-28 21:35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금융실명제를 보완한 차명계좌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어떤 방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신한금융지주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태광·한화그룹 사태에서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적을 받자 여론에 떠밀린 측면이 강한 데다 실명제법만 건드릴 사안이 아니어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차명계좌 문제점을 규제하는 제도가 있음에도 계속 불법적 거래가 나타나는 것은 허점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행 실명제법의 최대 허점은 계좌의 실명을 확인하지 않은 금융기관에만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해당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이나 명의를 빌려주는 사람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1993년 8월 실명제 도입 당시 의원들의 반발로 이 조항을 끼워 넣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간 수많은 재벌이 이런 당사자 처벌 불가라는 허점을 파고들어 차명계좌를 통해 탈세, 비자금 조성, 횡령, 주가조작, 경영권 불법상속 등에 악용해 왔다. 계좌 명의자가 금융기관 창구에서 개설한 통장을 실제 전주에게 전달해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를 포착할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5000만원 이상의 자금이동에 대해서만 ‘혐의 거래’로 보고 금융정보거래 분석원에 신고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그동안 노출된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의원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입법안을 토대로 실제 차명계좌 주인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주장해 왔다.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차명계좌를 빌려주거나 알선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차명거래자에게 계좌자산의 3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든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27일 라디오에 출연, “국회에서 여러 문제를 함께 논의해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해 의원입법안도 상당폭 수용할 것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부가 차명계좌 근절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가족간 선의의 차명계좌 거래 개설의 경우 처벌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차명계좌를 파악할 수단이 별로 없어 금융기관에 이를 파악할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다. 또 과연 차명계좌라는 수단이 문제인지 이를 통한 범죄행위가 문제인지를 먼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실명제법을 건드리려면 처벌하기 위한 형법, 세법 등 다른 법들도 부수적으로 개선해야 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김아진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