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거가대교 건너… 어게인 부산! 돈·사람 몰려온다

입력 2010-10-28 21:33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거가대교 개통 눈앞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경북 경주 보문단지 인근 관광회사에 근무하는 김문환(43·부산 반여동)씨는 28일 부산역에서 열린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동대구∼부산 구간 개통식에 참가한 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달 1일 개통되면 부산에서 출퇴근할 수 있어 2년 동안 경주시내에 원룸을 얻어 가족과 떨어져 생활했던 불편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 달 생활비가 방세 40만원, 교통비 20만원 등 80만∼90만원으로 지출이 심했는데 부산에서 KTX 한 달 정기권을 이용해 출퇴근할 경우 왕복 교통비 월 17만원 외에는 지출을 대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역∼경주역 간 운행시간이 25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출퇴근이 충분하다”며 “주위 동료들도 상당수 출퇴근을 결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경래(41·회사원·경남 거제시 고현동)씨는 올해 말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초등학생인 아들(12)과 딸(10)을 데리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내 해저수족관 부산아쿠아리움을 관광할 계획이다. 이씨는 “평소 아이들이 아쿠아리움을 구경하길 원했지만 승용차로 왕복 6∼7시간이 걸려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승용차로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해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KTX 완전 개통 및 거가대교 연결=KTX 서울∼부산 완전 개통과 거가대교 개통 등 굵직한 2건의 국책사업이 완공을 앞두고 있어 해양도시 부산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28일 부산역에서 미리 개최된 KTX 2단계 동대구∼부산 간 개통식에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와 시민, 한국철도시설공단(KR)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는 2단계가 개통됨에 따라 물류와 인적 수송에 큰 기여를 하고 G20 정상회의 등으로 국내외에 홍보돼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4월 1일 서울∼동대구 간 1단계 개통 후 7년 만에 2단계를 개통, 마침내 서울∼부산 간 423.9㎞를 완전하게 연결했다. 오병서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장은 “앞으로 울산 경주 대구 지역은 물론 부산 지역 거주자들이 KTX를 이용한 상호 출퇴근이 가능해 새로운 출퇴근 트렌드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하나의 대규모 토목사업인 거가대교는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서 부산 천성동 가덕도까지 8.2㎞ 구간을 해저와 해상으로 연결한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해저침매터널 구간과 사장교 구간으로 나뉘어 시공되고 있는 거가대교는 공사비만 1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2004년 착공, 6년여 만인 12월 9일 개통 예정이다.

해저 구간은 부산 가덕도∼중죽도∼대죽도 사이 3.7㎞로 해저침매터널로 건설됐다. 침매터널은 18개의 함체를 바다에 띄워 예인선으로 침설 위치까지 끌고 와 가라앉힌 다음 바닷속에서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사장교 구간은 총 연장 4.5㎞로 중죽도∼저도 간 2주탑 사장교 및 저도∼거제도 간 3주탑 사장교와 이를 연결하는 2개의 터널, 4개의 접속교량으로 나뉘어 건설됐다. 사장교는 기존 사장교들이 H형 주탑으로 건설된 것과 달리 아름다운 자연미를 반영해 곡선 다이아몬드형 주탑으로 건설됐다.

◇KTX·거가대교 개통 후 부산의 변화=KTX 개통 후 서울과 부산은 반나절 생활권이 된다. 서울∼부산 간 4시간10분 소요되는 새마을호와 비교할 때 2시간18분은 ‘속도의 혁명’을 실감나게 해준다.

또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부산에서 거제까지 육상 거리가 140㎞에서 60㎞로 단축되고 통행시간도 2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돼 시간 및 유류비 등 물류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관광업계는 우리나라 1차 관광 목적지인 서울만 방문했다 떠나던 중국, 일본 관광객을 부산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KTX 도시 중 유일한 바다 도시인 부산은 크루즈 같은 해양관광과 해양레저, 해수욕장을 내세운 관광 상품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찾았던 중국, 일본 관광객과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의 여행객들도 주 타깃이다. 롯데호텔은 호텔 1박과 KTX 2인 왕복권, 부산 투어를 포함한 관광상품을 40여만원에 출시한다. 파라다이스호텔은 KTX가 경주역을 경유하는 점에 착안, 경주 힐튼호텔과 연계해 경주와 부산에서 각각 1박을 하는 ‘연박 2박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KTX와 거가대교 개통 이후 인구 유입이 늘 것으로 보고 분양을 서두르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최근 부산의 아파트값은 1월 대비 7.76% 올랐다. 이 훈풍에 힘입어 김해시는 14.95%, 창원시도 8.36% 급등했다.

이에 GS건설은 부산 해운대구에 지상 22∼25층 11개동으로 이뤄진 ‘해운대 자이’ 모델하우스를 이달 말 오픈하고 다음달 초 분양키로 했다. 대우건설은 이달 말부터 당리동 당리푸르지오 아파트 1순위 청약에 들어간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