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쓰나미 경보 안 울렸다… 2004년 엄청난 피해 후 시스템 구축 불구 고장 방치

입력 2010-10-29 00:17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25일 쓰나미가 발생했을 당시 경보기가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재지변(天災地變)에 인재(人災)까지 겹친 셈이다.

진앙에서 가장 가까웠던 수마트라 섬 서부 믄타와이 제도 주민들은 27일(현지시간)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사이렌이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주민들이 사이렌을 들을 수 없었던 이유는 경보 시스템이 고장 나 방치됐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4년 강진에 이은 쓰나미로 16만8000여명이 사망하자, 쓰나미 조기 경보시스템 구축에 들어가 2008년부터 해저엔 파고 계측기를, 섬 주변 해안엔 전자부표를 설치했다.

믄타와이 제도 해안에도 대당 500만 루피아(약 6억3000만원)짜리 전자부표 2대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 부표는 한 달 전부터 고장 나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테스트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지만 시스템을 점검할 전문 인력이 부족해 방치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기상 당국은 쓰나미 경보를 발령한 뒤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판단 아래 불과 1시간 만에 이를 해제해 버렸다. 결국 뱃길로 10시간 이상 떨어진 믄타와이 제도 주민들은 쓰나미 경보가 내려진 사실조차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28일 현재 343명에 이르고, 실종자는 338명을 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재민은 20개 마을에서 2만여명이다. 26일 발생한 므라피 화산 폭발로 인한 사망자도 33명에 이르고, 부상자도 최소 1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당국은 화산 폭발 피해자에 대한 합동장례를 치른 뒤 자바섬 중앙의 공동묘지에 함께 안장했다. 유럽연합(EU)은 인도네시아에 응급 구호금으로 150만 유로(약 23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화산 4곳을 소개했다. 지난 7월 큰 폭발이 일어난 이탈리아 남부의 스트롬볼리 화산과 시칠리아 섬에 있는 에트나 화산이 폭발 가능성이 높은 활화산으로 지목됐다. 또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솟아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과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야수르 화산도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화산학연구소는 므라피 화산이 연기와 재를 내뿜는 등 또다시 분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